▶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민경훈 편집위원>
술의 역사는 오래다. 성경에 보면 포도주를 처음 만든 사람은 노아로 돼 있다. 포도주를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 벌거벗고 누워 있는 노아의 모습을 본 아들 햄이 노아의 저주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포도주가 BC 4,500년경 중동 지역에서 만들어졌다는 학자들의 분석이고 보면 노아 이야기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술은 크게 과일로 빚은 과실주 (포도주 포함), 곡물로 빚은 맥주, 이 둘을 정제해 만든 증류주 (브랜디를 비롯한 하드 리커) 3가지로 나뉜다. 맥주도 BC 6,000년 경 중동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 문명과 역사를 같이 하는 셈이다. 반면 증류주의 역사는 짧다. 조제하는 데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류주의 여왕으로 꼽히는 꼬냑은 17세기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급하고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인지 한인들의 하드 리커 선호는 유별난 것 같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이 수입한 위스키 양이 지난해보다 무려 40%(640만병)나 늘어났다. 세계 평균 증가율보다 세배 이상 높다. 한국은 여러 해째 세계 제5위의 위스키 수입국이라는 ‘영예’를 지키고 있다.
전에는 경기가 나쁘면 소주. 맥주 소비가 늘고 위스키는 줄었으나 이제는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없이 양주만을 찾고 있다. 9·11 테러 이후에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처럼 폭탄주 2잔을 나란히 놓은 뒤 그 위에 탑처럼 또 다른 폭탄주 1잔을 올려놓는 ‘테러주’까지 등장했다. 이 탓에 룸살롱, 카바레, 나이트클럽 등 한국의 유흥 주점 수는 불과 5년 사이 5,544개로 2배가 늘어났다.
한인들의 양주 선호는 LA도 마찬가지다. 마켓에서 150달러 하는 조니 워커 블루를 룸살롱에서는 500달러 씩 받고 있지만 블루 정도는 시켜야 손님 대접을 받는다. 최근 문을 연 한 마켓에서는 미국 시장에서도 보기 힘든 고가품이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레미 마틴 루이 13세’ 한 병이 1,299달러, 100년 됐다는 ‘헤네시 리처드’는 1,499달러, 200년 됐다는 ‘쿠르봐지에 레스프리’는 무려 5,999달러가 붙어 있다. 나폴레옹이 즐겨 마셨다
고 해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는 꼬냑이기는 하지만 750ml짜리 한 병에 이런 거액이 매겨져 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런 술도 사가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 주에도 1,000여 달러 짜리를 팔았다”고 종업원이 대답한다.
이제 곧 연말이고 본격적인 음주 시즌이 시작된다. 한인들은 어떤 타민족보다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는 비율이 높다. 그 만큼 올바른 음주문화가 정착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테러와 불경기로 온 미국이 긴장해 있는 올해만이라도 조용하고 검소히 해를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