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하는데 있어서 독창도 좋지만 합창이 더 좋다. 연주에 있어서도 독주도 듣기에 좋지만 챔버나 심포니의 음악이 더 깊이가 있고 화려하고 웅장하다. 넓은 무대 위에서 닦고 닦은 기량을 발휘하며 혼자서 주인공이 되는 황홀한 맛도 황홀하겠지만 여러 사람이 한 목소리로 부르는 합창의 깊은 화음 맛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우주 존재의 운영과 진행을 보여주는 맛이다.

흔히 부르는 사중창의 화음이 아니더라도 좋다. 새벽 산을 흔들며 운문사 비구니들이 부르는 단성화음의 비장한 합창도 그러려니와 종교음악에서 흔히 쓰는 혼성 사중창의 화려한 화음이 꾸려내는 합창도 독창 보다는 보기에도 좋고 절묘한 화음이 있어 좋다.

합창이 인간사회다. 합창단을 보면 사람이 사는 인간사회의 합창을 볼 수 있다. 음악을 전공한 전문가, 전공은 하지 않았지만 자질이 뛰어나 음악을 잘 하는 사람, 멜로디만 부르는 사람, 화음의 진행을 맡아 앨토를 담당하는 사람, 화려한 장식을 담당하며 테너를 하는 사람, 주춧돌이 되어 묵묵히 베스를 담당하는 사람, 늙은 사람, 늙어가는 사람, 갓 결혼한 신나는 젊은 사람, 과부나 홀아비가 된 처량한 사람, 가난한 사람, 돈이 많은 사람, 잘 생긴 사람, 그저 그렇게 생긴 사람, 육신이 성한 사람, 육신이 성하지가 못한 사람, 바쁜 사람, 한가한 사람, 진실한 사람, 거짓말 잘하는 사람, 직업 또한 다 다른 사람들이 한 군데 모여 부르는 노래가 우리가 사는 사회의 대단원의 합창인 것이다.

합창을 이해하고 사회의 합창을 부를줄 아는 사람이 인간사회의 합창에 대한 이론을 깨닫고 그 이론을 정립하며 존중한다. 합창은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는다. 합창에는 화음의 진행이 있고 합창에서 요구하는 제약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제약속의 자유와 제약속의 평화로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세상 어디를 가나 사회는 무대이고 그 위에 선 사람들은 합창단원인 것이다. 합창에서 가장 훈련이 되어야 할 항목은 내가 소리를 내되, 다른 사람이 내는 소리가 내 귀에 혼자서 잘 한다고 고래고래 목청을 돋구어 질러대는 소리는 화음을 만들지 못한다. 그것이 합창에서 필요한 절제이고 사회인 것이고 화음인 것이다.운문사 여승의 단성화음이 단일민족이라면 미국은 겹겹으로 엮어놓은 화음의 다민족 사회인 것이다.

화음은 인간의 동의에 의해서 화음을 일구어내고 인간의 동의에 의하여 인정을 받는다. 동의가 없는 화음은 사회의 불협화음이다.
이민으로, 아니면 여러가지 다른 신분으로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는 어느 파트를 담당하고 감당하면서 한인사회에 또는 미국사회에 화음을 보태어 주는가.

가족이 부르는 가정의 화음도, 섞여 사는 지역사회의 화음도, 회사에서 부르는 직원 사이의 화음도, 부부의 화음도, 친구의 화음도, 노인이 부르는 화음도 지혜로서 개발하여 나가야 한다. 듣기에도 불편한 대목이나 한 소절을 뚝 잘라 혼자서 부르겠다고 고래고래 목청을 뽑기 보다는 남의 소리가 내 귀에 들리도록 어울리는 소리로 화음을 내면서 살아야 한다.
나만 사는 독창의 세계가 아니다. 함께 어울려 합창의 화음으로 살아야 하는 사회가 더더욱 미국 속의 지역사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