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가 쫓기다가 마지막 코너에 몰리면 흔히 쓰는 수법이 인질극이다. 무고한 사람의 인명을 담보로 살 길을 찾으려고 한다. 비행기 납치범들도 탑승객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이런 인질극과 납치극이 때로는 성공할 수도 있고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다. 범인들을 잡는 과정에서 무고한 인명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에 이쩔수 없이 범인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범인들을 놓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때는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공격을 감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범인들은 잡히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수년간 북한이 구사해 온 이른바 ‘벼랑끝 외교’ 는 일종의 인질 외교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크게 보면 남한이라는 인질을 잡고 미국과 대화를 해 왔다고 볼 수 있고 그 때 그 때마다 구체적인 인질을 만들어 요구조건을 관철해 왔다.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위협으로 경수로 건설과 중유 공급을 받아내면서 대미관계를 풀려고 했고,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남한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을 인질로 잡고 돈과 쌀을 받아냈다. 그 뿐이 아니다. 남북관계를 인질삼아 자기네가 싫어하는 남한 대표를 찍어내서 인사조치시키고 자기네를 불리하게 보도하는 신문을 인정하지 않는 전횡을 부리기도 했다.
인질범이나 납치범의 행태와 같은 북한의 벼랑 끝 외교에 미국과 한국이 밀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질의 생명을 해칠 우려 때문에 납치범을 놓아준 것과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또 솔로몬의 재판에 나오는 두 여인중 아이의 몸이 찢겨 질 것을 걱정하여 아이를 포기한 진짜 어머니의 사정과 똑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9.11 테러사건 이후 이러한 미국의 자세는 180도로 바뀌었다. 테러조직은 물론 테러조직을 보호하거나 후원하는 나라도 사정없이 공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9.11 테러 당일 승객이 탄 비행기일지라도 납치될 경우 격추시키기로 한 것이 바로 이런 변화를 말해준 것이다. 인질로 잡힌 무고한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납치범에게 굴복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강한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며칠 전 미국의 존 볼튼 국무차관은 생물학무기 협약 위반국으로 알카에다 조직과 이라크에 이어 북한을 세번째 나라로 지목했다. 또 부시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대량살상 무기의 개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다음 목표로 북한을 지목하여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아프간 전쟁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전쟁의 시한을 10년이나 잡는 것도 아직 손 볼 나라가 더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지금 공화당 정부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다고 흐지부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더욱 강도있게 진행되면 공화당 집권이 연장될 가능성이 많으며 만약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된다고 해도 반테러 기조는 유지될 수 밖에 없다. 부시대통령이 전쟁 준비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계절적으로 불리한 시기에 서둘러 아프간전쟁을 시작한 것도 전쟁을 원하는 국민 여론 때문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북한이 엉뚱한 일을 저질러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테러사건을 일으키든지 테러조직을 도와주든지, 아니면 대량살상무기를 대량 생산해 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일거에 북한을 공격하여 끝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앓던 이를 빼버리는 것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벼랑끝 외교가 안 통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파멸을 자초하는 일일 뿐이다. 북한의 희생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이 겪을 고초를 생각해서 제발 북한이 나라다운 나라 모습이 되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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