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를 키우며
▶ 이상숙 <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항상 "엄마 5분만…" 하며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애교로 말을 하고는 자기방 침대로 들어가는 9학년 막내를 보고 오늘도 속으로는 행복한 마음을 감추고 못이기는 척 하면서 딸아이의 옆에 누웠다. 딸이 말하는 ‘5분’이란 자신이 잠들 때까지 5분만 옆에 누워 있어 달라는 말이다. 사실은 딸이 내게 요구한 것이지만 이 시간이야말로 내가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딸아이는 알까?
"엄마 냄새 좋아" 하면서 얼굴을 가슴에 파묻고 들어오는 딸아이의 새콤달콤한 싱그러운 냄새가 마치 행복의 파장처럼 내 코끝에서부터 시작해서 삶 전체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하루 일과중 이 시간은 나를 가장 순수한 행복으로 잠기게 하는 시간이다.
큰아이들 둘이 대학 기숙사에 가기 전에는 각 방을 번갈아 가며 하루는 이 딸, 하루는 저 딸, 이렇게 행복함을 세 딸과 만끽했지만 이젠 막내가 혼자 남아 독점하는 이 시간은 내게 또 다른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시간이다. 내게 이런 시간, 이런 행복은 절대 거저 온 것은 아니다. 그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나의 전부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내가 하던 중요한 일도 다 미루고 아이들이 엄마를 필요로 할 때만큼은 마치 사랑에 눈먼 자처럼 행복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나의 전부를 주었기에 양적으로 채울 수 없는 그 많은 시간들을 질적으로 대신 채울 수 있었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우리의 양적인 시간 전체를 줄 수는 없다.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녀들 또한 항상 우리의 24시간을 요구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우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그 시간에 우리의 전부를 주는 깊이 있고 질적인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아동심리학자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직장에서 돌아온 그 1시간이 자녀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아이는 하루종일 떨어져 있다 만난 엄마 아빠와의 그 첫 시간에 목마름을 채우고 싶어 그 마음과 눈망울을 엄마 아빠에게 가장 민감하게 고정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한시간 동안 나의 전부를 주는 것을 통해서 "아! 엄마 아빠도 나를 굉장히 보고 싶어했구나"라고 생각하며 자신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느끼게 되기도 하고 "난 하루종일 엄마 아빠 보고싶었는데…" 하면서 자신에게 관심과 배려를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부모들에 대해 실망하며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비하시키는 것이다.
일을 끝내고 베이비시터에게서 데리고 온 바로 직후 짜증과 떼를 쓰는 아이들과 엄마 아빠의 손에서 행복해 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이렇게 2종류의 아이들로 나뉘는 것도 그러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물론 직장에서 돌아온 후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을 1시간 뒤로 미루는 여유와 지혜는 다른 것과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 한시간 때문에 삶에 큰 지장이 초래되거나 일이 몹시 뒤틀리고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우리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안다면 양보하거나 미룰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여유와 지혜를 만들어갈 때 아이의 정서의 그릇이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청소년기가 되어도 엄마의 냄새를 사랑하고 "아빠와 같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로 엄마 아빠를 행복하게 하는 자녀들이 될 것이다.
가정은 동그란 원이다. 사랑을 함께 나누고 기쁨을 함께 나눌 때마다 그 원은 자꾸 자라게 되고 어려움과 고통을 만날 때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므로 그 원은 더 강해지고 튼튼해지는 것이다. 자녀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때야말로 자녀에 대한 부모의 바른 사랑을 시험해 보고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위기를 위대한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찬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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