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십수년전 나의 제부가 불쑥 던진 한마디의 말을 생각해본다. “왜 사세요?” 수입에 비해 유난히도 근검절약을 하며 사는 나를 보고 소비가 미덕이라는 생활신조로 살던 그가 나를 한심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던진 말이다.
유난히도 어렵고 힘들었던 나의 사춘기와 청년 시절. 다시는 가난에 빠지지 않고 남에게 신세지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근검절약 뿐이라는 생활신조로 살아왔다.
그 덕분에 어느 정도의 부가 축적되었고 그것은 오로지 내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하며 나 자신을 대견해 했다.
우연히 이민을 오게 되었고 이곳에서 많은 아픔과 좌절을 겪으며 그 과정에서 하느님을 만났으며 이제야 조금씩 인생에 눈이 뜨이는 것 같다. 이제껏 살아온 것은 내 힘에 의한 것이 아닌 하느님의 은혜속에 살아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렵고 힘들 때 무관심 했던 주위사람들을 원망도 했고 섭섭해도 했으며 내가 예전에 베풀었던 것에 대해 후회도 했었다. 그러나 하느님이 주신 은혜에 비하면 내가 타인에게 했던 것은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임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그것은 완전한 사랑이 아닌 어느정도 계산된 이해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까지도.
이제는 나의 이익을 초월한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 부족한 것 많은 나이지만 내 가진 것, 물질이든 노력이든 시간이든 내가 조금 덜 누리고 살면서 부족한 이들을 위해 쓰고 싶다.
오늘도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열심히 씻고 다듬고 지지고 볶는다. 12월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 먹기 위해서이다. 김치병에 날짜를 적으며 사람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이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무겁던 어깨가 가벼워지고 내입에서는 어느 유행가 가수가 부른 노래가 흘러 나온다. ‘인생은 나그네길.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박용하/웨스트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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