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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미국에서 도시 계획이 가장 잘 돼 있는 도시로는 시카고가 꼽힌다. ‘정원의 도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곳에는 500개가 넘는 공원이 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비롯한 저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이 자태를 뽐내며 늘어서 있고 그 사이 사이 미로와 샤갈, 피카소 등 대가들의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미국 최고 빌딩 시어즈 타워가 있는 곳도 여기며 마천루가 처음 들어 선 곳도 여기다.
미국 제1의 도시 뉴욕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 때 세계 최고의 건물이었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비롯,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록펠러 플라자 등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건물들이 즐비하다.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센트럴 팍은 도시 설계의 모델로 정평이 있다.
이에 비하면 LA의 도심은 너무 초라하다. 미 제2의 대도시임에도 LA를 상징하는 건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운타운’ 하면 지저분하고 거지와 노숙자가 우글거리는 곳이란 인상뿐이다. 그러나 몇 년 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LA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LA의 초라한 면모를 일신할 새로운 빌딩과 공원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디즈니 홀이 2003년 개관을 앞두고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거기서 한 블럭 떨어진 곳에서는 LA 대교구 본부가 들어 설 현대적 양식의 성당 공사가 한창이다. 지금은 낙서로 얼룩지고 쓰레기만 굴러다니는 LA 강변 일대는 38에이커 규모로 다운타운 유일의 대공원으로 탈바꿈된다.
낡고 지저분한 브로드웨이 일대의 옛 극장들은 리모델링해 라티노 상가의 중심지로 개편되며 퍼싱 스퀘어 인근 200 에이커 규모의 버려진 빌딩들을 모두 허물고 2005년까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위한 주택 8,000 유닛을 새로 짓자는 야심 찬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 LA 최대인 카운티 박물관은 기존 빌딩을 모두 허물고 3억 달러를 들여 천막을 연상케 하는 초현대식 건물을 짓는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것이 완성되면 이미 문을 연 게티 센터, 곧 문을 열게 될 디즈니 홀과 함께 LA는 또 하나의 문화 명소를 갖게 돼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고로 아테네에서 로마, 플로렌스, 베를린, 비인, 베를린, 파리, 런던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주도한 대도시 치고 멋진 건물을 갖추지 못한 곳은 없었다. ‘21세기 태평양 시대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LA가 이름에 걸 맞는 도심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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