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사는 어떤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가르쳤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로 학교를 그만 두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다니. 산타클로스는 있다. 착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고 또 우리 집에도 있다.
우리 집의 산타클로스는 물론 나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이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몇주 전부터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고자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에게 묻고 또 확인하고 있다.
아빠가 알아야 산타클로스에게 이야기해 준다고도 하고, 행여 아이들이 너무 비싼 것을 원하거나 시중에 나와 있지 않는 것을 원하면, 산타클로스가 그렇게 비싼 것을 모든 아이들에게 줄 수 없으니 다시 생각해 보자, 산타클로스를 곤란하게 하지 말자,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과 심각하게 대화를 나눈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은 아빠랑 산타클로스가 무지 친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적어도 작은 아이는 그럴 것이다.
남편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가지고 싶은 것이 있나 보다. 평소에는 엄마에게까지 산타클로스가 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온다고 했으니 나에게도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란다.
음… 뭐가 있을까. 예쁜 주전자가 갖고 싶어. 그건 부엌 살림이잖아. 그런 거 말고 자신만을 위한 것을 생각해봐. 나만을 위한 거라. 아! 전화카드. 뭐하게? 한국에 있는 친구랑 전화요금 걱정 안하고 수다 떨고 싶어서. 하이고, 그건 그냥 사 줄게, 뭐 선물 같은 것 좀 생각해 봐라. 선물 같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갑작스런 우리 집 산타클로스의 질문에 내가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열심히 생각해 보았는데, 별로 신통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나는 모든 것에 심드렁하다. 갑자기 왜 가지고 싶은 것이 없을까 고민이 된다. 내가 언제 이렇게 무디어 졌나. 내가 늙었나…
작은 아이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국 하나를 정해 꾸준히 밀고 나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러 개를 모두 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썼는데, 언제 저만큼 컸는지 대견하다. 큰 아이는 가끔 진짜 산 클로스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만약 산타클로스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해리 포터 5를 빨리 만들어 갖다 달라고 해서 아빠의 애를 태운다. 이제는 장난감보다 책이 좋은가 보다.
남편은 나에게 묻다가 재미가 없는지 다시 아이들에게 가서 선물에 대해 토론을 한다.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슬며시 웃음이 난다. 그래!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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