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처음 등판했을 때 그는 공을 던지기 전에 깎듯이 모자를 벗고 주심에게 경례를 하는 것을 보았다. 절을 받는 주심도 기분이 좋았겠지만 보는 우리들도 흐뭇한 기분이었다. 그는 많은 동포들의 사랑을 받았고 또 한인 언론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그를 키워 나갔다.
그러나 그는 그 많은 선수들 중에서 과연 투수로서 특출한 기량을 갖추었고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선수였는지는 의문이 가는 바가 많았다. 그는 ‘코리안 특급’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97마일 강속구가 그의 유일한 무기다. 변화구는 다양하지 않다. 투수는 타자가 못 치는 공을 던져야 한다.
빠른 공 하나만으로는 늘 홈런 맞기 일쑤다. 그는 한 이닝에 계속 두번 그랜드슬램 홈런을 맞는 일이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괴벽이 있다. 그가 일루로 달리는데 너무 세게 자기 몸을 찍었다고 찍은 사람을 뒷발로 걷어차는 것을 보았다. 야구장이 일순간 태권도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경기에서 지면 꼭 하는 말이 있다.
"방망이가 시원치 않아서"이다. 캐처도 자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야 던진다. 그의 오만은 시즌 막판에 일어났다. 그때 위기에 처했던 다저스는 마무리 투수로 찬호를 내보냈다. 찬호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내가 에이스인데 감히 나를 소방수로 내보내다니…”
그는 연이어 포볼을 다섯번 던졌으니 다저스의 매니저라든가 피칭코치는 어이가 없었다. 야구에서 막판에 급할 때 에이스를 내보내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찬호는 그 철없는 오만 때문에 선수생활을 끝내야할 위기에 놓였을는지 모른다.
돈도 그렇다. 투수의 최고급은 1,500만달러이다. 2,000만달러는 적은 돈이 아니다. 찬호는 다저스에 돌아왔어야 할 사람이었다.
욕심을 내리고 다저스가 주는 대로 받고 장기계약을 고집말고 지난해처럼 1년 계약을 하고 열심히 뛰고 좋은 성적을 올리면 다저스는 찬호를 괄시할 구단이 아니다. 8년이나 한솥밥을 먹은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나 그는 돈을 쫓아 텍사스로 갔다. 오랫동안 남가주 동포들과 정을 나눈 그가 과연 텍사스에서 어떻게 활약할지 궁금하다.
찬호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김병현을 보라. 그는 치명적인 홈런을 맞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지 않았던가. 우리도 같이 울지 않았던가. 그 책임감, 나무랄 데 없는 그의 행동을 찬호는 본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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