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상도’를 즐겨 보고 있다. 드라마에서 진정한 상도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것이라는 소신을 가진 만상 도방 홍득주는 송상 무리들의 술수에 갑작스런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착잡한 심정에 의주 저작거리와 대동강 선단을 거닐며 잠시 옛날 생각에 잠긴다. 처음 시작한 어물점 시절 생선 비린내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며 펄펄 뛰는 생선의 싱싱함을 그리워한다.
새 장을 넘긴 2002년의 달력을 보니 펄펄 뛰는 생선처럼 힘차게 달려오는 야생마를 보는 듯 하다. 임오년의 새해 결의는 만상 도방 홍득주가 생선가게에서 돈을 벌어 배를 사고 점포도 늘렸듯이 나도 새로 시작한 세탁가게에서 돈을 벌어 차도 사고 점포도 늘려 보는 것이다. 약동의 새해 결의는 나중에 깨질지언정 처음에는 싱그러운 기분을 주어서 좋다. "욧시"하며 달려드는 일본사람처럼 허리띠를 졸라매니 어느 날 한 순간 역겹던 펄크 냄새가 커피 냄새같이 느껴진다.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케미컬의 두려움에 두 눈은 빨갛게 충혈되고 손등은 텄지만 7개월 동안 아내와 함께 버텨온 세탁소 인생은 나름대로 적응이라는 요령을 터득케 해준다.
세탁소는 적성에 맞아야 한다는 말은 젊고 건강할 때 통하는 이야기이지 내일 50을 바라보는 병든 나이에 뛰어든 인생의 ‘아오지 탄광’은 더 이상 빠져나갈 곳이 없다. 탄광 적응의 선택이 폐병으로 죽든가 아니면 탄광조장이 되어 앞장을 서든가 하는 것처럼, 세탁인생 적응 구도 역시 암 걸릴 공포심에 앞발 뒷발 잡히느냐 아니면 빠져나와 그들의 조장이 되는 것이다. 조장이 되면 뜻하지 않은 힘이 솟는다.
아무리 추운 엄동설한의 군 훈련에서도 조장이 되어 앞장서는 후보생은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처럼 오늘도 새벽의 찬 공기를 가르며 앞장서서 일터로 향하는 나는 춥지가 않다. 아이들이 커서 제 갈 길을 갈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소임에 또 하루의 세탁조장이 되어 그윽한 ‘펄크 커피’의 냄새를 들이킨다.
올해의 소망은 돈을 벌어 차도 사고 점포도 늘려보는 것이라 다짐을 해보지만 인생의 묘미는 우리가 임오년 소망의 말을 열심히 몰아 대동강가에 몰고 갈 수 있을지언정 말이 물을 먹고 싶어야 먹듯이 차를 사고 점포 늘린다는 소망의 보따리 역시 하느님이 주셔야 얻어 올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박평순/세리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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