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칼스테이트 LA에서, 한국에서 오신 여러 고명하신 합창 지휘자들을 모시고 합창음악 웍샵을 가졌는데 그 때 내가 통역을 맡은 일이 있다. USC 합창 지휘과 과장이었던 윌리엄 데닝의 통역을 맡게 되었다. 그 때 그는 아주 인상적이고 공감이 가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자기는 지금까지 한번도 완전무결한 연주를 해 본적이 없고 앞으로도 완전한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러나 연주 도중 여기 저기에서 실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벅차 오르는 연주는 가끔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화려한 무대에서 많은 청중들의 기립 박수와 함성 속에서 연주회를 가졌다고 해도 그것은 감격적인 연주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초라하고 청중이 적은 곳에서 연주회를 가졌지만 겸허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연주한다면 감격적인 연주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나도 지금까지 완전한 연주를 해 본적이 없고, 또 앞으로도 물론 최선을 다 하겠지만 그러한 연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끔 감격스러운 연주를 한 체험이 있다. LA 뮤직센터에서 여러 번 연주를 해 보았고 그리고 여러 화려한 장소에서 연주를 해보았고 또 전국으로 방영되는 TV 프로그램에서도 연주해 보았지만, 그런 연주들은 나에게 감격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연주가 끝난 다음 허탈감과 고독감을 더 해주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성탄절에 있었던 두 연주회는 비단 지휘자인 나뿐만 아니라 거기에 참석한 합창 단원들과 청중들 모두 한마음 한 뜻이 되어 감격했다. ‘찾아가서 전하는 크리스마스의 음악 메시지’라는 취지 아래, 먹고살기 위해 바삐 돌아가는 분들을 위해 코리아타운 플라자 특설 무대에서 연주할 때에는 처음으로 느끼는 감회가 있었다. 특히 한 양로병원에서의 연주는, 일반적인 안목으로 볼 때는 가장 초라한 연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가장 값있고 감격스러운 연주였다.
내 생애에 하나의 전환점을 가져다준 계기가 되었다. 물론 합창음악의 예술적인 긍지를 잃지 않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불우한 이웃과 노약자를 위해 아름다운 음악으로 그들의 마음을 밝게 해줌으로써 얻어지는 감격스러움을 오래도록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고 싶다.
박환철(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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