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 온 조기 유학생-함께사는 2세 아이들
▶ 한달 수백달러 용돈 송금, 헤픈 씀씀이, 사치품 구입
밸리에 거주하는 한인 주부 이모(41)씨는 조기유학차 미국에 와 1년 가량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는 조카를 최근 사립학교로 전학시켜 기숙사로 내보냈다. 한국에 사는 언니의 부탁으로 조카를 떠맡아 이곳 고등학교에 보내왔지만 한국에서 풍족한 용돈을 받는 조카가 공부는 뒷전으로 미룬채 매일 패션 잡지만 뒤적이고 샤핑몰에서도 명품 브랜드만 찾는가 하면 컴퓨터도 최고가품만 고집하는 등 씀씀이가 헤퍼 자녀들에게 이만저만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씨는 "어린 나이에 유학보낸 딸이 안쓰러워 돈을 많이 보내주는 것도 좋지만 미국식으로 절약정신을 가르쳐 온 내 자녀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조기유학 붐을 타고 미국내 친척이나 친지의 집에 머물며 학교에 다니는 조기유학생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일부 조기유학생들의 지나친 소비성향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인 가정에서 갈등을 빚는 경우도 따라 늘고 있다.
조기유학생을 데리고 있는 한인들은 비용을 치르겠다며 자녀를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만 맡아달라는 친지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해 아이를 맡지만 ‘아이의 미래가 달려 있는데 돈이 문제냐’는 식의 일부 한국 부모들과 이에 익숙해진 조기유학생들 때문에 결국 친지와 의가 상하게 되는 등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일부 한국 부모들의 경우 ‘말도 제대로 안통하는 곳에서 아이가 기죽지 않게 하려면 돈이라도 풍족히 쓰게 해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최고급만 사게 하는 통에 이곳에서 자라는 자녀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
딸을 조기유학 보낸 박모씨 부부의 경우 홈스테이를 하는 가정에 지불하는 한달 숙박비 1,000달러 외에 비상금 명목으로 자녀용돈을 매월 500∼1000달러를 통장에 입금시켜주고 있는데 한인청소년들이 한달 평균 받는 용돈에 비하면 20배가 넘는 엄청난 액수다.
유학전문 상담기관들에 따르면 최근 본국에서 방학을 맞을 때마다 초·중·고생들의 유학절차나 방법 등에 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으며 대상학생의 연령층도 계속 낮아지고 있어 이같은 문제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조기유학온 중고생 2명을 데리고 있는 한인 정모씨는 "조기 유학을 온 학생들이 문화적 이질감이나 학업에 대한 압박감을 느껴 미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금전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게 해주자는 경제적 뒷받침보다는 전화 한 통이라도 더하는 세밀한 보살핌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9년3월부터 2000년 4월30일까지 1년간 미국으로 온 조기유학생수는 총 6,563명으로 초등학생 3,428명, 중학생 2,031명, 고등학생 1,104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내 조기유학생수는 3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은선 기자>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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