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저녁 무렵 오하이의 중심가에 모여 손에 촛불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인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개중에는 "정신차려라"고 야유도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을 ‘검은 옷의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평화주의자들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자 매주 금요일이면 모여 침묵의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전쟁의 명분도 테러의 배경도 토론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다가가면 자신들의 동기를 설명한 얇은 종이를 조용히 건넨다. 모든 폭력의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모든 곳의 평화를 위해 묵상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이 9.11일 이후 비폭력을 주장하는 것이 무기력하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차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진지함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생각할 무언가를 던져줄 수 있다면 우리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오하이에 거주하는 캐롤 웨이드(48)는 말한다.
웨이드는 금요일 시위에 고정적으로 참가하는 30명의 평화주의자 가운데 하나다.
’검은 옷의 사람들’은 지난 1988년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검은 옷의 여인들’을 모방한 것이다.
’검은 옷의 여인들’은 웨스트뱅크와 가자 지역의 이스라엘 점령에 반대, 그동안 침묵시위를 벌여왔다. 이 단체는 작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비슷한 성격의 단체들이 유고슬라비아, 영국,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생겨났다. 이들 단체들은 전쟁, 인종청소, 강간, 인권유린 등에 반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남가주의 예술가촌 오하이에서는 51세의 애나 프로보가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자리에서 평화주의자인 프로보와 친구들은 9.11 테러공격과 이에 따른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모두 비난했다. 이들은 끝없는 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조용하게 항의하는 방법을 강구했다.
이스라엘 출신인 프로보는 ‘검은 옷의 여인들’을 제시했다. 대신 여기에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여자들이 검은 옷을 입고 침묵하는 모습은 매우 강한 시각적 효과를 갖는다. 우리는 플래카드도 들지 않고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지도 않는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침묵 가운데 사고하는 것을 좋아한다"
프로보는 설명한다.
지난 금요일 여자들이 대부분인 20명 남짓한 시위자들은 차량통행이 많은 오하이 애비뉴를 향해 서있었다.
지지의 표시로 경적을 울리고 지나가는 차들도 있었다. 어떤 운전자는 "부시! 부시! 부시!"를 외쳤다. 또 다른 운전자는 "뭘 쳐다보느냐"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평화주의자들은 45분의 시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각각의 이유를 갖고 있다. 개인적인 의사 표현인 것이다. 9월11일 이후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을 두려워한다. 전쟁이 해결책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의 다리를 날려보낸다고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51세의 오하이주민 캐롤 그리어는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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