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터중심 전략 퇴조, 포워드 선호 현상 때문
2년 전 베테런 농구코치이며 센터전문 트레이너 피트 뉴월은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수백 명의 대학 및 고교 코치들을 대상으로 농구클리닉을 개최했다.
커림 압둘자바의 스카이훅이 농구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슛일 것이라고 설명한 후 뉴월은 참석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커림처럼 골 주위에서 효과적인 슛을 구사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
손을 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뉴월은 같은 질문을 다시 한번 던졌지만 반응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NBA 농구에서 압둘자바의 우아한 스카이훅이 없었다면, 빌 러셀과 윌트 챔벌린의 전설적인 대결이 없었다면, 보다 근래에 접어들어 패트릭 유잉과 아킴 올라주원의 첨예한 라이벌전이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했을까.
농구 전문가들은 기량이 뛰어난 센터는 이제 과거의 것이라고 말한다. 한때 농구경기에서 가장 화려하고 지배적인 포지션이었던 전형적인 의미의 센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필라델피아의 퍼스트 유니언센터에서 열렸던 제51회 NBA 올스타전이 그 좋은 예다.
올스타전 오리저널 멤버로 선발됐던 24명 가운데 명실상부한 센터는 불과 세 명이었다. 이 중 유일한 공격형 센터 샤킬 오닐은 발가락 부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다.
결국 서부 컨퍼런스는 5명의 가드와 7명의 포워드가 포진했고 이에 맞서는 동부 컨퍼런스는 7명의 가드와 3명의 포워드, 그리고 게임당 16점 이상을 득점하지 못하는 명목상의 센터 2명으로 구성됐었다.
유잉을 비롯, 올라주원, 데이빗 로빈슨, 디켐베 무탐보 그리고 신장질환으로 근래 들어 스피드가 떨어진 알론조 모닝 등 쟁쟁한 센터들이 노령화되면서 센터가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었다.
순발력 뛰어난 신세대 거한들은 센터 아닌 포워드 포지션으로 몰리는 경향이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케빈 가넷, 새크라멘토 킹스의 크리스 웨버, 달라스 매버릭스의 덕 노비츠키 같은 선수들은 골을 파고드는 윙의 역할을 하며 농구경기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스몰 포워드나 가드가 선보였던 현란한 테크닉을 과시하며 골을 공격하고 있다.
반면 센터 포지션은 키만 클 뿐 테크닉과 순발력이 떨어지는 2급 선수들의 몫이 됐다.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골밑 붙박이 정도다.
6년 전엔 NBA 득점 및 리바운드 10걸 가운데 다섯 명이 센터였지만 금년엔 득점부문 상위 20명 가운데 오닐이 유일한 센터다. 리바운드 부문 톱 20 가운데 전문센터는 네 명에 불과했다.
"센터가 사라지고 있다. 신장 6피트9인치 혹은 7피트의 젊은 신인 선수들은 골 외곽에서 플레이하기를 원한다. 이들은 볼 다루는 솜씨들도 대단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장신이라면 누구나 이들이 센터로 뛰어주길 바란다. 장신의 선수들이 센터를 등한시하고 포워드를 선호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왕년의 스타이며 레이커스를 여러 차례 NBA 정상에 올려놓은 전 제너럴 매니저 제리 웨스트는 말한다.
센터의 퇴조는 전통적인 포스트 플레이 대신 1970년대와 80년대부터 시작된 기동력과 융통성을 강조한 새로운 공격 패턴에 많이 기인한다.
과거에는 공격이 센터를 중심으로 전개됐지만 이 새로운 공격 패턴은 스크린에 많이 의존, 외곽에서 골로 접근하는 선수들에게 슛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이 공격 패턴은 골밑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많이 포진, 센터의 활동영역을 제한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센터의 기능 약화를 초래한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존슨은 6피트9인치의 장신이면서도 현란한 패스와 능수 능란한 드리블 솜씨의 포인트 가드로, 역시 6피트9인치의 버드는 백발백중의 슛장이로 활약, 포지션과 공격 개념의 일대혁신을 가져왔다.
NBA 일각에서는 "오닐을 마지막으로 위대한 센터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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