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국 국세청 차장이었던 이석희 씨가 최근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돼 한국 정부 요청에 의해 한미간에 체결된 범인 인도협정에 따른 추방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씨의 체포 시기가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과연 그가 추방될 것인지가 연일 한국 신문 톱 뉴스로 등장할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부인하고 있으나 이씨의 추방 시도는 올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겨냥한 집권 여당의 정치적 포석이라는 주장이 야당을 비롯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미시간주 오키모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체포된 이씨는 미국으로 도피한 지난 99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자유로운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시카고와 LA 등에서도 잠시 머문 후 미시간주 랜싱과 오키모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는데 특히 랜싱에서는 수배된 인물답지 않게 주위 한인들과 어울려 다니며 여유 있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씨는 도피범 답지 않은 생활을 해 온 점으로 미뤄봐 지금까지 한국정부의 묵인아래 미국생활을 하다 선거를 앞두고 한국정부가 갑자기 방침을 바꿔 그의 체포를 FBI에 독촉한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씨는 97년 대선 당시 국세청 차장으로 있으면서 기업들로부터 대선 자금으로 166억을 받고 세무조사 명목으로 5,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 중지된 상태다. 소위 세풍사건에 연루된 이씨가 한국으로 송환돼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총재에게 정치적 타격이 돌아갈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그러면 과연 이씨를 대선 전 한국으로 압송하려는 한국 정부의 의도는 이뤄질 것인가.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그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할 것이다. 한국정부가 범죄인 인도조약에 의거, 이씨를 바로 한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 하더라도 전례에 비춰볼 때 한국으로 인도되기까지는 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더군다나 이씨는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불법 체류자일 경우 연방이민국(INS)의 추방재판에 부쳐질 수 있는데 그럴 경우 INS의 추방 재판은 범죄인 인도 재판에 비해 빨리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이씨가 불법 체류자라는 한국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이씨는 센트럴 미시간 대 초빙 연구원 자격으로 J-1 비자를 받아 미국에 체류 중이었고 여권 만료시한도 2005년으로 미국 체제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0년 2월 한국정부가 여권을 무효 조치했음에도 미국정부가 여권 유효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점을 이용, 미국에서 새로운 비자를 받아 합법 신분을 유지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이씨의 추방을 어렵게 하는 것은 인도협정 4항 1조와 3조에 한 쪽이 "정치범"이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범인 인도를 요구하는 경우 상대방은 이를 거부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99년 미국에 온 이씨를 지금까지 놔두다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송환 요청을 한 것은 정치적 동기가 개입된 것으로 보일 공산이 크다.
한국 정부가 이런 불필요한 의심을 불식시키고 순수한 의도로 이씨의 송환을 원한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그의 송환을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것이 온당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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