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존 스타인벡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스타인벡 탄생 100주년에 즈음하여 그가 태어나고 성장한 캘리포니아의 몬트레이와 살리나스 일대에서는 각종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나아가서, 금년 한해동안 미국 전역에서는 스타인벡의 소설 강독회를 비롯, 학술 강연회, 연극 같은 다양한 추모 행사들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 행사들의 대부분은 스타인벡이 성장기를 보낸 캘리포니아 내륙 농촌지역, 살리나스 인근에 소재한 ‘전미 스타인벡 센터’에 의해 주관된다.
공식행사들 외에도, 수많은 스타인벡의 문학 팬들이 100주년을 계기로 몬트레이 일대를 방문, 위대한 작가가 남긴 작품세계의 발자취를 답사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인벡은 대표작 ‘에덴의 동쪽’을 비롯, 수많은 히트작을 발표하면서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현대문학의 거봉이다.
문학 평론가들은 스타인벡의 많은 작품들은 그가 자라난 캘리포니아의 시골환경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평단에서는 스타인벡과 캘리포니아의 관계를 찰스 디킨스와 런던,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의 관계에 비견하기도 한다.
"스타인벡의 수작들은 모두 그의 캘리포니아 거주기에 쓰여졌다. 그는 캘리포니아를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극작가 아더 밀러는 이렇게 아쉬워한 적이 있다. 스타인벡의 아들 톰 스타인벡은 회고한다.
"아버지는 지난 1942년에 뉴욕으로 이주했지만, 그의 마음은 평생 고향을 중심으로 맴돌고 있었다"
2대에 걸쳐 소설가가 된 톰은 또 "아버지가 살던 시절 캘리포니아는 산업화의 때가 묻지 않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버지는 그런 환경에서 상상력의 꽃을 피웠고, 고전적인 주제들에 정열을 불태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톰의 설명에 따르면, 어린 시절 스타인벡의 마음 속에서는 게빌란 마운틴이 아더왕이 원탁회의를 소집한 장소였고, 철새 소작농들은 중세의 기사들로 투영됐다. 스타인벡은 이같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숭고한 도덕적 주제들을 캘리포니아의 시골 차원에서 형상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
스타인벡의 작품세계의 배경을 답사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은 작가의 작품활동의 실제 출발점이 된 살리나스 소재 2층짜리 빅토리아식 건물의 매스터 베드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집은 현재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스타인벡에 대한 초기의 추억을 되살려주는데 손색이 없다.
샌호제 주립대학의 ‘존 스타인벡 연구센터’ 소장 수잔 실링로는 말한다.
"스타인벡은 1968년 사망하기까지 인생 후반기를 뉴욕에서 보냈지만, 그의 전체 작품세계를 관류하는 정서는 어린 시절 경험한 캘리포니아의 환경이었다"
실링로는 덧붙인다.
"스타인벡은 10대 시절 스프레켈스 인근의 한 설탕제조 공장에서 일했는데,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블루칼러 계층에 대한 애정이 작품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스타인벡의 작품 배경을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명소는 일찍이 스페인 탐험가들이 ‘천국의 초원’이라고 명명한 코랄 데 티에라다. 이곳은 스프레켈스에서 몬트레이를 향해 68번 하이웨이를 타고 차로 약 15분 걸리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스타인벡은 수시로 호젓한 이 장소를 찾아가 사색과 작품구상을 했다. 그의 유명작 ‘패스처스 오브 헤븐’에서 불운한 먼로 일가의 일대기를 그린 12개의 연작은 모두 이 곳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스타인벡의 또 다른 대표작 ‘캐너리 로우’는 퍼시픽 글로브의 오션뷰 애비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타인벡은 1903년 그의 부모가 몬트레이의 조용한 해변에 지은 집에서 살다가, 1930년 첫 번째 아내 캐롤 헤닝과 함께 퍼시픽 글로브로 옮겼다.
당시 30여개의 통조림 공장들이 즐비했던 오션뷰 애비뉴는 3,000여명의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이 통조림 공장들과 노동자들의 삶은 나중에 스타인벡의 ‘캐너리 로우’라는 작품을 통해 영속화되었다.
스타인벡은 이 곳에서 약 12년간 살면서 평생 친구가 된 해양생물학자 에드 리케츠와의 교분을 쌓았다. 리케츠는 스타인벡의 여러 작품에서 우호적 인물로 그려진 ‘닥’의 실제 인물이다. 스타인벡의 소설 배경 답사 코스에는 리케츠의 해양실험실도 포함되어 있다.
퍼시픽 글로브 거주기간은 스타인벡의 성공적인 작품형식을 결정지은 시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즉, 그는 퍼시픽 글로브 거주시절부터 탁월한 이야기꾼의 천부적 소질과 변덕스런 서민들의 일상적 삶과 언어를 융합시킨 소설의 기본 틀을 완성한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레스토랑에 갈 때면, 아버지는 앞에 있는 우리들은 안중에도 없고, 옆자리 노동자들의 대화에 정신을 빼앗기곤 했다"
톰 스타인벡은 회상한다.
스타인벡은 일생동안 세 번 결혼했는데, 마지막 부인 일레인 앤더슨은 현재 뉴욕에 생존해 있다. 그가 캘리포니아에서 세 부인들과 차례로 살았던 집들은 모두 스타인벡 문학기행 코스의 감칠맛 나는 명소가 되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