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복양 사람 급암은 성품이 강직하여, 경제(景帝)와 무제(武帝) 때 주요 관직을 맡았다. 이 때 장탕이라는 사람이 정위가 되어 법률을 마음대로 고쳐 일을 이루려 하자 급암이 꾸짖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도필리(刀筆吏)들을 공경 자리에 앉혀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는데 과연 그대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그대는 천하 백성들로 하여금 두려워서 두발을 모으고 곁눈질을 하게 하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언급된 ‘도필리’란 행정이나 소송관계의 일을 맡은 관리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검찰관이나, 검찰 서기라고 할까.
사마천이 말하고자 하는 건 다른 게 아니다. 큰 일, 작은 일 가리지 않고 깐깐한 법리를 들이대면서 모든 걸 ‘법대로’ 재단하려는 율사의 멘탈리티다.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일을 행정법규나, 형법의 틀에만 맞추어 처리하려 하다가는 탈이 난다는 경고다. 정치를 법규정 다루듯 하다가는 낭패를 본다는 이야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 등 각종 게이트에 연루됐을 때도 이 ‘율사적 멘탈리티’가 문제로 지적된 적이 있었다.
클린턴은 변호사 출신이다. 측근에도 변호사가 많았다. 스캔들이 폭로되자 클린턴 팀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율사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했다.
클린턴은 사소한 잘못도 결코 시인하지 않았다. 말을 교묘히 돌리면서 법적으로 트집 잡힐 발언은 하지 않았다. 오직 법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발언만 했다. ‘뺀질이’라는 그의 변명다운 처신이었다.
그 결과 형사적 처벌은 모면했다. 그러나 신뢰감을 상실했다. 많은 사람에게 반감만 샀다. "클린턴의 발언은 법률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정치인으로서, 더군다나 대통령으로서는 그러나 잘못된 처신이고 잘못된 발언이다." 한 언론의 평이었다.
한국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를 두고 여러 가지 말이 나돈다. ‘측근이 설쳐댄다’ ‘속이 좁다’ ‘지나친 엘리트주의다’ ‘양 김(金)의 독주를 닮아간다’ 등등.
또 이런 이야기도 들린다. 당내 분란, 집 문제 등에 이 총재는 "나만 결백하면 그만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 법 운용과 정치를 혼동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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