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LA 한인사회에 회장선거 바람이 불어닥치자 연이어 지상에는 간단히 보아 넘길 수 없는 일들이 보도되고 있다. 노상 겪어온 바이지만 선거철이 되면 주위가 어수선해질 뿐 아니라 입맛까지도 잃어버리게 된다.
"지금 한국에서는 볼만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모국소식’의 한편이다. 선진국 흉내내는 데도 때와 사정이 맞아야지 겨우 경제공황에서 숨돌리고 나니 선거열풍이 한국의 전 국토를 멍들게 하고 있다.
저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위인들. 아시아의 정치 말단생이라는 메달을 목에 걸고도 할말이 남았는지, 아니면 시신경이 마비되어 국민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지 한국의 선거열풍이 걱정스럽다.
LA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나는 70년대 초 LA에 이민 봇짐을 내려놓은 이후 줄곧 우리 동포사회의 변천과정을 지켜봐 왔다. 당시는 거리에서 한인 얼굴만 마주쳐도 반가웠고 한가족 같은 사랑을 나누며 살았다. 커뮤니티 규모가 적으니 쓸만한 감투를 찾기 힘들었기에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부터 날로 방대하여져서 남가주 한인사회가 50만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소수민족으로 성장한 이면에는 우리의 근면과 투지가 숨어있다.
이렇게 이룩해 놓은 50만 커뮤니티의 봉사를 맡겠다고 나선 분들에게 성원도 보내고 싶거니와 당부하고 싶은 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두 후보만이 등록을 마쳤다고 들었는데 이미 배를 띄워 놓고 벌어지는 시비 내용인즉 한편은 "불출마를 공언해 놓고" "스스로 정관개정 재출마" 그리고 다른 편은 "거주지 규정요건 불충족"이라 했다. 그렇다면 전자는 유신헌법의 유령이 살아난 듯 싶은 감이고 후자는 자격미달을 사사오입 식으로 통과한 감이 짙어 보인다.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의 기분은 달갑지가 않을뿐더러 대표성을 부여하기에는 어딘가 내키지 않는 구석이 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와서 왈가왈부 하기보다는 심기일전하여 마음을 하얗게 비우고 선전 끝에 유종의 미를 거둬 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차후 다시 소송사건으로 한인사회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일이 생긴다면 이번만은 50만 한인들이 그대로 두고 보지는 않을 듯 싶다.
지난번 미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아리송하게 패배의 잔을 마신 알 고어 전 부통령은 승복할 수 없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민의 명예에 손상을 입힐세라 승자의 손을 들어주고 조용히 떠났다. 그런 유종의 미가 이번 LA 한인회장 선거에서도 거둬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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