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얼굴의 생김새 즉, 관상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드물지 않게 접한다. 사주나 팔자, 관상이나 수상이라고 하는 것들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통계학에 바탕을 둔 동양철학이며, 또 무엇을 경계로 그러한 것들이 미신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것들이 아직까지 우리 생활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사람의 외모나 인상을 중히 여기는 풍토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닐 것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단편이지만, 어느 대기업의 입사 면접장에는 운명철학을 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의 말 한마디가 입사 여부에 크게 반영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뭔가 개운치 못한 이야기이다.
인상이 우락부락한 범죄형이거나 주인을 배신할 수 있는 상이라면 아무리 입사 성적이 우수해도 면접을 통과하기가 힘들었다는데 정말 범죄형 얼굴이란 것이 있는 것일까. 광대뼈가 두드러져 있으면 여자 팔자가 드세고, 무턱은 자식 복이 없으며, 안쪽으로 깎인 턱은 재산을 탕진하는 상이라니 과연 그러할까.
외모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행동결과도 아니며, 단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구설수에 오르거나 불이익을 당하다가 고민 끝에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을 그냥 되돌려 보내기는 힘이 든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되어 환자가 자신감을 가지고 좀더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의사에게도 그 기쁨은 크다. 하지만 때로는 수술밖에 해결책이 없었는가 하는 자문을 해보기도 한다. 남들의 편견과 선입관 때문에 성형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편견을 가장 깊이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경우는 사람들의 편견이 싫어서 수술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얼굴을 변화시켜 관상운을 차지하겠다는 사람들이다. 어떤 젊고 유능한 사업가는 거래처의 오너가 관상을 중히 여기기 때문에 자신의 귓불을 부처님 귓불처럼 부풀려달라는 주문을 한 적도 있고, 남편의 사업이 자꾸 실패하자 답답한 마음에 운명 철학원을 찾은 어느 중년부인은 그녀의 칼귀 때문에 남편 사업이 그러하다는 소리를 듣고 성형수술을 하겠다며 찾아온 적도 있다.
이런 환자들을 대할 때면 내가 성형외과 의사인지 남의 운명을 바꿔주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인지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만일 성형수술로 운명이 바뀐다면 나는 참으로 엄청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기쁨보다는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절대적인 미란 존재하기 힘들다. 자신의 외모를 사랑하고 내면의 깊이를 쌓는다면 인생이 좀 더 넉넉할 것 같다.
그렇다고 성형수술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성형수술을 하느냐, 아니면 좀 더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하느냐는 각자가 스스로 선택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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