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판사가 선고하는 판결을 죄인이 묵묵히 받듯이 그때부터 여인은 나머지 인생에 어머니라는 죄인이 된다.
어머니란 참으로 이상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을 자기 것으로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자기 것으로 만들며 사는지 자기를 위해서 사는 이기심이 없다. 무릎이 다 까지도록 무릎을 비벼가며 도를 얻어낸 높은 스님들은 여인들을 가리켜 업이라고 한다. 업 중에서도 사랑을 베풀어 다스려야 하는 업이다.
여인의 눈빛은 다르다. 어머니가 된 여인들의 눈빛은 차라리 종교다.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은 아비의 눈빛과는 다르다. 아비는 통이 커서 그런지 아니면 세심한 감각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슨 일을 만나면 그냥 우물거리다가 넘겨버리시 일쑤라서 별로 마음 찢는 일이 없는데 어머니들은 잊어버려도 될만한 작은 일도 걱정을 버무리며 마음을 찢는다.
사랑도 지나치면 짐이 되는지 조금 큰 아이들은 아이 취급 당하는 그것이 싫다고 투덜댄다. 그러나 어머니는 퇴박을 받으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챙기려 든다. 그 희생은 어머니라는 이름의 죄값이라고 혼신을 다 하여 사랑을 베풀고도 어머니는 베푼 것을 회수하지 않는다. 가끔 퇴박이라는 이름으로 남편이나 아이들로부터 얼마씩 죄값을 되돌려 받을 뿐이다.
아비는 얼굴로서 집안을 세우지만 어머니는 사랑으로 집안을 채우고 희생이란 빗자루로 가정을 치우면서 그 가정을 청아하게 유지한다. 어머니의 사랑에는 탈출구가 없다. 가족들의 팔 다리 손가락 하나 하나가 어머니에게는 창살이요, 자식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어머니라고 하는 죄인에게는 모두 벗겨낼 수 없는 빗장인 것이다. 어머니의 마음은 천국의 형상이다.
잘 사는 집안이건 궁한 집안이건 간에 어머니가 있으면 거기에 천국이 있는 것이다. 어머니라는 이름의 죄인은 십자가의 죄인이 된 예수의 얼굴과 같고 어머니라는 이름의 죄인이 걸어가는 희생은 부처의 고행과 같은 것이다.
천국을 세상에서 만들다가 이승을 떠나는 어머니들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요사이 나는 50을 넘기면서 마모되어 가는 어머니들의 얼굴을 본다. 청춘은 다 가고 이마에 길을 내는 주름길에다 가을밭처럼 퇴색되어 가는 그 얼굴에서 어머니라는 이름의 죄값을 치르는 그들의 간절함과 가련함을 연민으로 바라본다. 이해를 받지 못하는 억울할 때는 입장을 바꾸어 보라고 말을 한다.
돌고 도는 인생이 윤회의 법을 따라서 이루어진다면 금생의 어머니는 내생의 아비로 태어나서 얼굴 하나로 집안도 세우며 술도 마음대로 마시고 입을 짝짝 벌리고 떠들기도 마음대로 해도 되는 그런 남자로 태어나길 빌어준다.
어머니라는 이름의 죄인들이 감당했던 여자의 일생을 이번엔 얼굴을 돌리면 그만인 통 큰 남자들이 깊은 동정과 이해를 터득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쯤은 윤회의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우리 어머니도 그렇게 한평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나셨고 내 아내도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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