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버섯 모양이라 ‘버블’ ‘타지마할’이라 불려
구조대원들 휴식처, 선의의 자원봉사자 가득
9.11 테러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의 길 건너에는 마치 땅에서 솟아난 흰 버섯 같은 텐트가 하나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버블’ 혹은 ‘타지 마할’이라고 불리는 이 텐트는 그라운드 제로에서 복구작업을 하는 일꾼들이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기도 하는 쉼터다.
하지만 이곳도 복구작업이 거의 완료되어 감에 따라 점차 규모와 시설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우선 몇주전 샤워장이 조용히 철거됐다. 일꾼들이 더 이상 복구 초기 때처럼 먼지를 뒤집어쓰지 않기 때문이다.
버블 안에는 거대한 동굴 같은 식당이 있는데 그곳에는 한꺼번에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다. 매일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이 되면 빨간 앞치마를 두른 구세군 자원봉사자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음식을 서브한다. 이들은 테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인근 식당들과 대량 구매계약을 체결해 매일 3천명 분의 식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제 식당을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었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성격도 변했다. 현장의 잔해들이 거의 다 제거되면서 소방관, 경찰관들 대신 재개발을 위한 기초공사를 맡은 건설 노동자, 엔지니어들과 전기선, 전화선 및 지하철 관련 기술자들이 식당을 찾고 있다.
버블 바깥 세상의 삶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지난 주 수천 명의 직원을 한때 심하게 파괴됐던 월드 파이낸셜 센터로 돌려보냈고, 버블 옆에 있는 엠바시 스위트 호텔도 재개관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게다가 5월 30일은 뉴욕 시와 주정부, 그리고 연방정부가 그라운드 제로에서 엄숙한 작업종료 행사를 갖는다. 그때까지 복구작업이 완전하게 끝나지는 않겠지만 상징적인 종지부를 찍기 위한 행사이다.
그라운드 제로의 명예 파수꾼이 성조기로 덮인 빈 들것과 마지막 철제빔을 들고 나오는 상징적인 행위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버블도 해체될 것이고, 이 버블에서 일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았던 사람들은 다시 바깥세상에서 삶을 헤쳐나가야 한다.
자원봉사자인 로즈마리 케인은 "내 삶에 큰 구멍이 뚫릴 것"이라면서 버블의 해체를 아쉬워했다. 그녀는 아들을 테러로 잃고 이곳을 처음 찾았다. 35세의 소방관이었던 아들 조지 케인은 12월이 되어서야 폐허더미 속에서 시체로 발굴되었다. 이후 로즈마리는 줄곧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해왔다. 아들의 시체를 찾아준 구조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곳은 곧 그녀에게 세상으로부터의 피난처를 제공해주었다. 고객서비스업을 하던 그녀는 더 이상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 사표를 냈다. 버블에서 일주일에 몇 차례씩 테이블을 치우고, 닦고 하는 일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바깥 세상과 상대하지 않아도 되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안전함을 느끼는 이곳에서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 다른 어떤 곳에 가도 여기에서만큼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은 없을 것 같다"고 케인은 말한다.
소방관인 조셉 ‘툴리’ 오툴 역시 복구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슬픔을 버블에 와서 위로받았다. 이곳에는 공포의 앞에서도 선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이 있다.
그는 "그냥 이곳에 앉아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 사람들의 미소를 받고 미소를 짓는 것이야말로 치유"라는 그는 자신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본 "따스한 음식과 따스한 미소"라는 표지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지난 5개월 동안 그는 매일 버블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했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신 후 현장에 가서 구조작업을 했고, 구조작업 동안 겪은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 이곳에 들렸다 집에 갔다. 아내와 세 아이들에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코델리아 루즈벨트는 버블에서 일하는 80명의 구세군 자원봉사자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9.11 사태가 일어난 직후 체포될 것을 무릅쓰고 경찰저지선을 넘어 재해지역에 들어간 ‘게릴라 자원봉사자’였다. 음식과 물품 배급을 도와주는 일을 했던 그녀는 두 달 전부터는 버블에서 일하고 있다.
그때의 ‘게릴라’ 체험이 그녀를 열성적인 자원봉사자로 만든 것이다. 13대째 뉴욕에 거주하는 집안 출신인 그녀는 테러사건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들의 대다수는 시간의 융통성이 있는 예술가들이다. 올해 35세인 루즈벨트 역시 도예가로 그동안 모아둔 비상금으로 지난 8개월 간 생활했다. 버블에서 그녀는 자신의 에고를 버린 사람들과 진심을 나누었다.
자원봉사 목사인 빌 민슨은 "테러리스트들은 이곳에 증오의 씨를 뿌리려 했지만 내가 보는 것은 증오를 삼켜버린 사랑과 헌신이다"고 말한다. 그는 버블이 해체되고 나면 다른 목사들과 함께 이곳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또 바깥 세상에 다시 적응하는데 필요한 다리 역할을 해줄 모임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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