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화 ‘벤허’를 비디오로 보았다. 벤허는 친구의 배반으로 하루아침에 가족과 재산을 다 잃고 죄수의 신분으로 죽을 고생을 하다가 살아 돌아와서 마침내 복수를 하지만 마음의 평정을 되찾지 못한다. 드디어 예수를 만나고 가족의 문둥병이 치유되는 기적을 체험하면서 기쁨과 평화를 되찾는다. 원한 맺힌 내적인 병이 치유된 벤허의 어린아이 같은 해 맑은 표정이 가히 인상적이었다.

지구상에는 미움과 원한과 복수로 분쟁이 끊일날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서로 대응하는 팔레스타인 분쟁, 인종차별과 증오 범죄가 난무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같은 민족끼리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등 화약고가 많다.

특히 우리 민족은 한이 많은 민족이다. 일제치하에서의 압박과 설움으로 일본에 대한 원한이 사무쳐있으며, 땅덩어리가 두동강난 채 한민족이 원수처럼 지내며 이산가족으로 그리워하며 지내야했던 한, 배고픔과 가난에 찌들었던 한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한들이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응어리져있다.

나 역시 불현듯 내 삶의 중심에서 아주 가까이 존재하는 한을 발견하며 놀라곤 한다. 내 안에 깊숙이 감추어 두었던 아픔과 좌절, 분노와 원망을 나를 향하신 하나님 사랑 앞에 한켜한켜 들춰 내본다. 나의 짐을 대신 짊어지신 그분의 사랑은 내 마음을 뜨겁게 하여 용서할 수 있는 넉넉함을 주시며 고통을 환희로 변화시킨다. 세상이 한 많은 세상이 아니라 서로에게 힘이 되는 따스한 세상임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