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성형외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려면 먼저 일반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가 일반외과 시절에 가장 감당키 힘든 환자는 살려는 의지가 없는 환자였다. 암으로 허파를 반 이상 들어내고도 목에 뚫어 놓은 숨구멍으로 담배를 계속 피워 대는 환자가 있었다. 이는 단순히 담배의 중독성 문제를 떠나 자기자신의 생명이나 건강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환자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성형외과에도 이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있다. 비전문인에게 시술을 받아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이다.
얼마 전에도 그런 환자 한 분이 내원한 적이 있다. 수술 없이 간단하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정체 불명의 주사 주입물로 주름제거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무분별한 액체 실리콘 주입이 얼굴 피부에 괴사를 일으켰다.
불법시술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뿐 시술부위가 손상된 상태가 아니라면 재시술로 좀더 나은 결과를 얻을 여지가 있겠지만 피부괴사가 생긴 경우는 피부 이식술등 복잡한 수술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100% 만족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
의사는 의사 대로 보통 수술보다 몇배 힘든 수술을 하고도 환자에게 만족을 주지 못해 마음이 편치 못하고, 환자는 의사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크게 마음 고생을 하게 된다.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는 경우들이다.
언젠가 성형외과 전문의와 재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분은 남이 하던 수술을 중간에서 떠 맡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인즉 재수술은 대개 수술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시술자가 도중 하차한 경우로 수술이란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지 남이 잘못해서 생긴 문제를 떠맡게 되면 힘만 몇배로 들고 결과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의사가 편하자고 환자의 상처를 못본체 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불법 성형의 문제는 성형외과 전문의와 비전문인들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피해 환자가 단순히 부실 공사로 시공된 건축물 정도로 취급 되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 보다도 환자 자신이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아무에게나 몸을 맞기는 일이 없어져야 하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