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한국은 말 그대로 광기에 쌓여 있다. 매스컴은 연일 월드컵 얘기뿐이다. 한국인은 모두 붉은 옷을 입고 경기장에 나가 고함을 지르고 집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붉은 악마’도 이 광기에 잘 어울리는 낱말이다. 태평양 건너 6,000마일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도 그 열기를 느낀다. 나는 축구공 한번 차 본 일이 없지만 한국의 승전보는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교포들이 TV 앞에서 맥주 캔을 들고 환호하는 것을 애국애족 하는 것으로 알고 이에 냉담한 사람은 비애국자 같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대통령 후보들도 붉은 옷을 입고 경기장에 나가 앉아 있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좋지만 도가 지나치면 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전쟁이란 인간이 빠지기 쉬운 ‘광기’를 언론이 부추기고 정치하는 사람이 조직화해서 국민을 죽음의 터로 내보내는 것이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은 바로 그 ‘광기’의 발로였다. 미국에 유학했고 미국의 강대함을 잘 아는 당시 고노에 후미마로 수상과 지미파는 극력 반대했으나 그 ‘광기’ 앞에서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말할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고 급기야 원자탄을 맞고서야 겨우 잠재울 수가 있었다.
지금에도 이 ‘광기’는 이데올로기라는 옷을 입고 북녘 땅을 꽉 채우고 있다. 전쟁을 일으켜 동족을 무참히 살상하여도 백성이 굶어 죽고 먹을 것을 찾아 이국 땅을 배회하여도 죄 없는 여객기를 폭파하여 많은 인명을 빼앗아도 아무 가책도 못 느끼는 것이 바로 그 ‘광기’탓이다. ‘인간은 동물 가운데 가장 어리석다’라는 말이 있는 것도 이 광기 때문이다.
구장을 지어놓고 두 패로 갈려서 공을 차고 받는 것에 흥분하고 고함지르는 것은 애교 있는 광기다. 그러나 도가 지나친 것 같다. 올림픽 오판에 대한 복수니 반미감정이니 하는 말이 간간이 흘러나오는 것이 ‘진짜 광기’의 시작 같아서 마음이 어두워진다.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광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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