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팀이 강호 이탈리아를 격파하고 역사적인 8강 진출을 쟁취했다. 그 감격과 흥분은 시청 앞 군중의 공중 사진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한국은 지금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있다. 신문의 거의 모든 면이 월드컵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신문 한 구석에는 “국방부 16강 병역특례 검토”라는 제하에 국방부는 포르투갈 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박지성 외 10명에게 병역특혜를 주기 위하여 법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라디오 방송에서는 출전한 축구팀 멤버가 대통령에게 병역면제를 청원하였고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여러분께 아마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라고 답하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어내어 국위를 선양한 신화의 주인공들에게 무엇을 준들 아까울 것이 있겠는가? 허나 포상으로 바라는 것이 병역면제고 정부도 이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하니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굳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와 같은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한국의 젊은이들과 정치를 맡아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병역의무란 형벌과 같은 것이어서 나라에 유공한 자에게 포상으로 면제해주는 그런 것인가.
이조 때는 양반계층에게는 군역을 부과하지 않았다. 오직 상민만이 군역을 치러야 했다. 임진왜란 때 상민들이 의병을 일으켜 나가 싸울 때 양반들은 난을 피하여 도망 다니기에 바빴다. 명나라가 군대를 보내주었으나 제대로 싸워줄 리가 없다. 왜군의 총수 풍신수길이 병사하여 스스로 물러가지 않았다면 그의 요구대로 남쪽 4개 도를 내어주었을지 모른다. 구한말에는 자력으로 궁궐조차 지킬 힘이 없었고 마침내 온 나라를 통째로 내어주는 수모를 겪었다.
국난이 있을 때 나라의 엘리트들이 앞장서야 한다. 국민의 우상이 된 우리 월드컵 영웅들이 앞장서 구국의 깃발을 높이들 때 모든 젊은이들이 시청 앞에서 보여준 그 열정과 애국심으로 그 뒤를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에 공이 있다고 젊은이에게 병역을 면제하여 주는 오늘날의 정치인이나 상민만을 전쟁터로 내보낸 이조 때 사대부 정치인이나 못나기는 다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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