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6.25를 맞게 된다. 매년 오는 이날이지만 당시 참전했던 소수인과 행정기관 기념식 참석 등 일부 인들을 제외하고는 형식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고 특히 동족상잔에 대해서도 점차로 기억들이 희미해지는 것 같아 서글퍼진다. 3년 1개월 간 계속된 전쟁이 더 오래가지 않고 휴전이 성립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윌리엄 딘 소장(당시 미 24사단장) 외 많은 미군병사들이 포로로 잡혀가 미국 당국은 이들을 생환시키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북한을 지원하던 중공이 포로로 잡은 딘 소장 같은 미군의 최고급 장교를 쉽게 돌려줄 이유가 없었던 때 천신만고 끝에 우리 국군은 중공군 남(南)중좌(당시 중공군 군단장 급)를 생포하게 되었다. 이에 다급해진 중공당국은 휴전협상 진행에 빠르게 응한 것이다. 만약에 전쟁이 반년 혹은 1년을 더 계속했다면 우리 남한은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의 사상자는 물론 남쪽의 작은 국토는 잿더미가 되어 버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 중공군 중좌를 포로로 잡은 사람에 대해서는 이름도 모르고 있으니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필자는 대한민국 국군 전사에 수록돼 있는 6.25 전쟁당시 중공군 남중좌를 무기나 트랩을 이용하지 않고 오직 맨손으로 생포한 수도사단 소속 병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병사의 이름은 김기운, 계급 일등병(당시)으로 1992년 고향인 전남, 완도군 고금면에서 농업에 종사하다 별세했다(60세). 중공군 남중좌 생포 시 적이 발사한 권총에 의하여 김기훈씨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송두리째 잘려 선혈이 낭자한 상황에서도 적의 허리춤을 놓지 않고 중공군의 산 위 고지에서 산밑에 있는 아군 수색대 초병소까지 업치락뒤치락 장장 6시간 여만에 끌고 내려온 세계 전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뛰어난 용맹과 담대한 투지를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원일/ 뉴욕 우정국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