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자의 가우치 구단주, 안정환 퇴출 선언
세계여론, 이탈리아의 과민반응 비난일색
월드컵 3회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가 놓친 것은 승리만이 아니었다. 이성까지 잃었다. 지난 18일 16강전에서 한국에 1대2 역전패를 당한 뒤 패인을 편파판정탓으로 돌리며 불만을 표출해온 이탈리아에서 마침내 월드컵축구는 물론 스포츠역사 전체를 뒤적여도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꼴불견 뉴스가 터져나왔다.
이탈리아전 연장골든골 주인공 안정환이 소속된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세리에A) 페루자의 루치아노 가우치 구단주가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들어가며 안정환 방출을 전격 공표한 것이다.
가우치 구단주는 19일자 스포츠전문 일간지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그 친구(안정환)는 페루자에 두번다시 발을 들여놓지 못할 것"이라고 퇴출방침을 명백히 한 뒤 "이탈리아축구를 망쳐놓은 사람에게 단 한푼도 샐러리를 지급하고픈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가우치는 "이것(안정환 퇴출)은 이탈리아전에서 넣은 골과는 관계가 없다"고 변명하면서도 이탈리아 프로무대에서 뛰는 외국선수는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열심히 뛰지 말아야 한다는 듯한 논리로 안정환을 공박하기도 했다.
"우리클럽에 있는 동안 별볼일 없었던 그가 하필 이탈리아를 상대로는 기막히게 뛰었다. 내셔널리스트인 나로서는 그런 행위가 이탈리아의 자긍심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2년전 그에게 문호를 열어준 나라에 대한 모욕이라고 간주한다."
가우치는 안정환이 한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가 축구나라라고 하지만 한국축구가 이탈리아축구보다 우월하다"는 발언을 꼬투리잡아 "그가 10골을 넣었더라도 나는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겠지만 나를 화나게 한 건 바로 그 발언"이라며 안정환을 ‘사랑으로 대해준 구단과 이탈리아’에 대한 배신자로 규정했다.
2000년 여름 부산아이콘스에서 임대선수 자격으로 페루자에 입단한 안정환은 팀내 주전경쟁에서 밀리는 바람에 지난 2년동안 주로 후반교체멤버로 29게임에 출전해 5골을 기록했으며 지난달 중순 01-02 정규시즌이 끝나면서 임대계약은 사실상 만료된 상태다.
한편 가우치발언이 알려지자 세계여론은 ‘상식을 벗어난 보복행위’ ‘패자의 넋두리라고 해도 한도를 넘어선 망언’이라는 등 비난일색 반응을 보이고 있다. ESPN 라디오는 19일 이른 아침부터 가우치발언을 안주삼아 "그럼 안정환이 골을 넣지 말았어야 하는가, 자책골이라도 넣었어야 한단 말인가" 등등 조롱과 야유를 퍼부었고 영국 BBC방송의 월드컵관련 사이트에는 "스코어가 문제가 아니라 게임 내용에서도 한국이 앞섰으며 이탈리아는 심판타령보다 유치한 플레이를 한 자신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한 네티즌은 ‘퇴출된 안정환’에게 "차라리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로 오라"고 손짓하기도 했다.<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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