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독일이 미국돌풍을 어렵사리 잠재우고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에 이어 두번째로 한-일 월드컵 4강 고지에 입성했다.
독일은 21일 울산에서 벌어진 8강전에서 미국의 패기와 스피드에 휘말려 고전했으나 전반 39분에 얻은 미하엘 발라크의 헤딩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대0으로 승리, 이날 일본 시즈오카에서 잉글랜드를 2대1로 따돌린 브라질의 뒤를 이어 4강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90년 이탈리아대회 이후 12년만에 월드컵 파이널4에 복귀한 독일은 한국-스페인전 승자와 결승진툴을 다툰다.
그러나 경기내용은 미국돌풍이 행운보다 실력에 의한 것임을 새삼 확인시켜준 것이었다. 4회 우승을 노리는 독일로서는 세계최고 수문장 올리버 칸의 동물적 연쇄선방이 아니었다면 94년(불가리아에 1대2) 98년(크로아티아에 0대3)에 이어 이번 8강전에서도 돌풍팀의 먹이가 됐을 한판이었다.
최전방 브라이언 맥브라이드를 정점으로 랜던 다나븐과 에디 루이스가 양쪽 날개로 공격형 삼각편대를 이룬 미국은 플레이메이커 클라디오 레이나와 공·수 겸용 미드필더 잔 오브라이언의 조직적인 엄호아래 쉴새없이 독일 문전을 유린하며 초반부터 우세한 경기를 펼쳐나갔다.
선수비 후역습 예상과 달리 킥오프 휘슬과 동시에 파상공세를 펼친 미국은 다나븐이 독일문전 오른쪽 외곽을 뚫고들어가 날린 슈팅(11분)과 오프사이드 그물 너머 골지역 왼쪽 텅빈 공간을 파고들어 날린 1대1 슈팅(29분)마저 올리버 칸의 육탄방어벽에 막히는 바람에 땅을 쳐야 했다. 미국은 7분뒤 루이스가 칸과 다시한번 1대1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으나 이번에도 승자는 칸. 세차례 다나븐이나 루이스의 잘못보다 칸의 능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골키핑 명장면이었다.
허덕이는 독일에 승리를 안겨준 이날의 유일골은 39분. 미국진영 우중간에서 얻은 프리킥이 시발점이었다. 브라질의 히바우두·카를루스 등과 함께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는 크리스티안 시게가 감아찬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미국골문 바로앞을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순간, 미하엘 발라크가 솟구쳐 방아찧기 헤딩슛을 꽂아넣었다. 미국 수비진으로선 이번 대회에서 머리로만 5골을 기록중인 미로슬라프 클로세 경계에 집중하다 허를 찔린 셈이었다.
후반에 들어서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미국은 거스 히딩크 한국감독이 이탈리아전에서 그랬던 것과 같이 후반 중반 수비수를 줄이고 공격수를 대거 투입하는 등 총력공격에 나섰으나 굳게 잠긴 독일 골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게다가 미국은 그렉 버홀터가 문전혼전중 우겨넣은 볼이 독일 골키퍼 칸의 인간방패를 넘어 골문안으로 빨려들다 뒤를 받치던 프링스 손에 맞고 튀어나왔으나 핸드볼 반칙으로 인정되지 않는 바람에 절호의 동점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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