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민경훈 편집위원>
9·11 테러가 난 후 ‘오사마 빈 라덴이 다음 어떤 수법으로 테러를 저지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된 적이 있다. 독개스와 탄저균 살포, 방사능 물질을 곁들인 ‘더티 밤’(dirty bomb)에서 핵폭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일들이 발생한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얻은 정보에 따르면 아직 알 카에다 조직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상식적으로도 빈 라덴에게 핵무기가 있었다면 벌써 쓰고도 남았을 것이다. ‘가난한 자의 핵무기’로 불리는 생화학 무기도 대량 살상 목적을 달성하려면 상당한 분량을 비축하는 것은 물론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가능성이 배제되면서 다시 유력시되고 있는 것이 항공기와 관련된 테러다. 우선 지난 1년여에 걸친 보강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국 공항의 보안 태세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미 주요 공항의 검색기들은 평균 4번에 한번 총기류 밀반입을 적발하는데 실패했다. 라스베가스 공항 같은 곳은 절반이 무사통과다. 연방 마샬을 비행기에 동승케 하겠다는 발표도 보안 요원 수를 대대적으로 늘리지 않고는 구두선에 불과하며 비행기 조종사들에게 총기를 휴대하게 하자는 안도 시행이 보류된 상태다.
9·11 테러가 보여줬듯이 비행기를 납치해 무기로 쓰는 것은 돈도 많이 들지 않을뿐더러 투자 액수에 비해 엄청난 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 게다가 다시 한번 비행기 테러에 성공한다면 "아니 한번 당하고도 지금껏 뭘 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게 틀림없다. 부시를 망신 줘 아프간에서 당한 분풀이를 하는데는 그만이다. "설마 한 번 쓴 수법을 또 쓰겠느냐"는 상대방의 허를 찌른다는 점에서 병법의 원리에도 부합된다.
9·11 테러에도 불구, 비행기는 가장 안전한 여행 수단이지만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데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다시 한번 여객기 테러가 발생할 경우 가뜩이나 주눅이 들어 있는 항공 관련 업계는 물론 휘청거리는 미 경기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하다.
전 미국이 테러 비상 경계에 들어간 지난 4일 LA 공항에서 이집트계 영주권자가 엘 알 항공사 카운터에서 총기를 난사, 25살 난 이스라엘 계 여직원과 8 아이의 아버지를 살해한 후 가드에 의해 사살된 사건이 발생했다. 진상은 더 시간이 지나야 밝혀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정신이 이상한 단독범의 소행으로 보인다.
비행기 안 보안도 허술하지만 티켓 카운터는 지금까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공항 전체에 바리케이드를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기 전 ‘인명재천’을 되뇌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