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는 삶
▶ 김수철 목사·거리선교회 대표
한국이 8강에 진입하는 날 한국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인천공항은 온통 축제 분위기이었다. 세관원들은 승리의 기쁨에 입국하는 사람들을 빠르게 내보내 주었다. 한국에 밤늦게 도착했고 공항에서 지체를 한지라 인천 시내로 나가는 택시가 한 대 밖에 없었다.
택시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하였고 신호를 번번이 무시하고 질주하였다. 나는 비로소 한국에 온 것을 실감하였다. 내릴 때 택시요금 바가지를 씌우려던 택시 운전사를 보면서 미군 병사에게는 얼마나 바가지를 씌울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한국은 연일 월드컵 축제 분위기로 뜨거웠고 4강에 진출하자 그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복장은 거의 붉은 색이었고 모두들 들뜬 기분이었다. 한국의 모든 것은 빠르게 변해가고 성장하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한국사람 특유의 불친절함만은 변함이 없었다. 버스 표를 파는 매표소원의 떫은 표정, 전철 안에서 노선을 물어 보아도 잘 모르겠다고 일관하는 사람들, 식당에 가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불친절함을 한국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짜증 낼 정도였다.
인천의 월드컵 경기장의 규모는 아주 훌륭했고 주변의 새로 지은 건물들 모두가 굉장했다. 한편 불친절함도 거기에 질세라 아주 대단했다. 시내버스를 타면서 그것을 한층 더 느낄 수가 있었다. 버스 기사는 승객들의 안전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차를 마구 몰았다.
버스는 달리다 신호등을 만나 섰고 이내 출발하려다 승용차에 길이 막혀 버렸다. 좌회전 신호를 받아 진입하다가 앞차에 밀려서 버스를 막은 것이다. 버스 기사는 잠시라도 기다려 주질 않고 경적을 울렸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승용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여자인 것을 안 버스 기사는 다시 바짝 다가가서는 다시 경적을 울렸다. 그리고는 또 한번 또 한번...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앞좌석에 앉아 있었기에 자리에 벌떡 일어나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는 하얗게 질려서 꼼짝 못하고 있었다. 나는 버스기사에게 그만 좀 하실 수 없냐고 말했다. 버스 기사는 나를 쳐다보더니 험상궂은 얼굴로 당신이 뭔데 참견이냐고 무안을 주었다.
이 운전 기사는 자기 감정에만 충실했지 그가 많은 승객들을 위하여 서비스한다는 것을 생각지 못한 것이다. 친절함이란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은 아직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다른 민족보다 못한 것 같다. 우리는 이곳 미국에 살면서 조그만 일에도 친절을 베풀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산다. 그런 사람들을 대하면 하루의 삶이 얼마나 즐거운가? 월드컵 4강은 분명 놀랍고 대단한 일이며 우리의 자긍심을 한층 높여주는 쾌거였다.
그러나 우리는 입양아 수출이 세계 3강에 들어가고 있는 나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은 세계 몇 강에 들어갈 것인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한국이 좋다. 내가 한국사람이고 내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날 한국은 월드컵 3, 4위전 게임을 하고 있었다. “져도 4강은 한 거니까… 그런데 우리는 언제 친절, 세계 4강을 할 수 있을까?” 나 혼자 되뇌며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월드컵은 끝났다. 이제 우리의 단합된 힘을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써야 할 것이다. 친절한 사회를 만들려면 나부터 친절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국으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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