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상 총리 내정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최초의 여성 총리 내정자란 점에서 우호적인 반응도 잠시, 아들 국적문제에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논란은 학력 시비, 부동산 투기, 아파트 불법 개조 문제에까지 이어져 그의 인준과정은 멀고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장상 총리 내정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시비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들의 국적 문제와 이화여대 총장 시의 행적일 것이다.
우선 나는 아들이 시민권자인 것과 어머니의 총리직 수행에는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총리 내정자의 국가관이 의심스럽다는 문제를 제기하지만 그 국가관이라는 것이 집단을 위한 개인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의미한다면 나는 일제 군국주의나 파시즘의 악령을 떠올릴 뿐이다.
우리 국민들은 국적이나 병역 문제에 관한 한 너무 민감하고 경직된 사고를 갖고 있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히딩크 강제 귀화론이 나왔겠는가. 나는 어느 개인에게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경우, 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총리 내정자의 아들이 3년 동안의 군복무를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것보다, 그가 미국계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조국에 기여하는 바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 문제가 불거진 후 총리가 될 줄 알았으면 아들의 미국 국적을 포기했을 것이라거나 아들이 미국 국적을 포기할 테니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총리 내정자의 발언은 유감이다. 차라리 인간 장상이 아닌, 총리 내정자 장상으로 그 능력과 자질을 검증해 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정작 내가 장상 총리 내정자를 지지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그가 이대 총장 재직시 김활란 상 제정에 앞장섰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활란씨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마지못해 친일을 했던 인물이 아니다. 김활란씨는 여성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를 등에 업고 이 땅의 가난한 딸들을 정신대로 내모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섰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사람이다. 설사 그것이 그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이화를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일이었다고 해도, 내 딸들의 이익을 위해 남의 딸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일이 어찌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
장상 총리 내정자는 총장 재직시 김활란 상 제정이 각계의 반발에 부딪히자 왜 김활란인지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의 가치관과 역사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 내 윗세대, 즉 60대 이상의 이화여대 출신들에게 이화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화는 봉건질서의 질곡에서 신음하던 당시의 여성들에게, 여자도 사람이고 자유로운 인격체임을 일깨워 준 유일한 해방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이화를 있게 한 미국과 기독교, 그리고 이화의 어머니 격인 김활란씨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될 수밖에 없고, 나아가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역사 인식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탄생한다는 것은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눈감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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