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말마다 ‘성경적 삶’이 주제였던 친구가 있다. 성경책까지 옆구리에 끼고 다닐 정도로 겉으로 보기엔 촌티가 흐르던 친구였지만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서서 강의실에 앉아만 있던 우리들을 무조건 거리로 나가게 만들만큼 열정이 넘쳤었다.
그 친구가 지금 동부지역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회자의 길을 걷는 이 친구의 고민도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어떻게 교회로 데려올 것인가’라고 한다. 교회성장부재의 원인을 밝히라면 열 가지도 더 나열할 수 있는데 해결책 찾기는 쉽지 않다며 청소년 선교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교회를 외면하는 젊은이들을 교회로 돌아오게 하도록 쓰임 받은 사역자들을 만나보면 공통된 한 가지의 느낌이 있다. ‘촌티’를 확 벗은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는 것. 한동대 김연종 교수가 지적했듯 교회를 떠나는 젊은이들에 대한 문제의식은 모두들 갖고 있지만 그 이유가 정작 교회의 촌티 때문임을 아는 목회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구습에 매여 답답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이해 못하거나, 한껏 흉내는 냈지만 어딘가 엇박자인 프로그램이나 비합리적인 운영과 제도 등 교회만큼 촌티가 팍팍 풍기는 집단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빗 브룩스는 자신의 책 ‘보보스(BOBOS)’에서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지배하는 엘리트를 ‘보보’라고 지칭하면서 부르주아의 야망과 성공, 보헤미안의 반항과 창조성을 동시에 지닌 보보는 예전의 고리타분한 기득권층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하나님의 소명에 대한 확신과 사명감, 헌신적인 기도, 영감 있는 설교, 자신감과 열정만 있으면 신도들의 헌신을 이끌어낼 수 있던 과거에 비해 눈높이 설교, 열린 예배 등등 목회자에게 요구사항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들 모두가 마음속에 교회가 세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대형교회에서 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에다 최신식 음향기를 동원한 세련된 시설을 갖춘 예배가 아니라 목회자의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열려있어 문화지체를 겪지 않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 교회가 우뚝 서있길 바라는 마음 말이다.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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