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위모가 공손룡에게 말했다.
“그대는 걷는 법을 배우러 수릉(壽陵)의 한 젊은이가 한단(邯鄲)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아직 그 나라의 걸음걸이에 능하지 못하였는데 제 나라의 걸음걸이마저 잃어, 엎드려 기어서 제 나라로 돌아갔을 뿐일세.”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에 나오는 우화다. 자기가 지켜야 할 본분을 모르고 마구 남의 흉내를 내면 두 가지를 모두 잃는다는 이야기다.
방학이다. 매년 같은 뉴스가 보도된다. 연수차 많은 한국 학생들이 영어권 나라로 몰리고 있다는 뉴스다.
영어 연수생의 연령이 그런데 점차 낮아지고 있다. 먼저는 대학생이 주류를 이루었었다. 언제부터 고등학생들로 바뀌면서 ‘조기 유학생’이란 말이 생겼다.
그 연령이 점차 낮아져 초등학교 학생으로 내려가더니 이제는 3∼5 살배기 ‘베이비 조기유학생’까지 탄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의 강남일대에서 불고 있는 새로운 유행이 바로 ‘초(超) 조기유학’으로 매달 3, 4명의 유치원 어린이들이 유학원을 통해 영어 연수를 받으러 미국, 뉴질랜드 등으로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초 조기유학’의 사유는 이렇다. 영어가 곧 경쟁력인 사회이므로 어려서부터 영어가 익숙해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영어발음을 좋게 하기 위해서 어린자녀의 혀 수술을 시키는 한국 부모의 이야기가 보도된 게 얼마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초 조기유학이다.
영어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쯤되면 이건 뭐 오직 영어습득만을 위해 태어난 인생 같다.
언어 교육은 어릴수록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모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나이에 유학을 보낼 때 문제는 없는 것인가.
정서 불안에 언어체계에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언어 체계가 안잡혀 있다는 건 바로 사고체계가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다. 또 정체감도 오락가락 한다는 의미다.
‘한국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이에게 영어 교육을 시킨다’-. 한국어도, 영어도 모두 못하는 국제 미아가 될 수도 있다. 그 아이가 살 곳이 미국이 아닌, 한국이면 그 가능성이 더 커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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