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레이커스의 전설적인 목소리’ 칙 헌이 지난 5일 밤 향년 85세로 세상을 떠났다. 1960년 레이커스가 미네아폴리스에서 LA로 옮겨온 이후 팀의 라디오와 TV중계를 맡은 유일한 아나운서인 헌은 다저스 아나운서 빈 스컬리, 킹스 아나운서 밥 밀러와 함께 LA가 자랑하는 스포츠중계 ‘3대 보물’이었고 특히 레이커스팬들에게 팀과 따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는 대명사같은 인물이었다.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그의 독특한 중계 스타일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고 ‘슬램∼덩크’, ‘에어 볼’ 등 지금은 일반명사로 사용되는 표현들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것도 바로 헌의 입을 통해서였다.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는 물론 매직 잔슨과 카림 압둘-자바, 제리 웨스트와 엘진 베일러에 이르기까지 지난 40여년간 NBA를 주름잡았던 LA 레이커스의 화려한 역사는 바로 헌의 인생여정과 그대로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이 남긴 족적을 더듬어보면 그가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가 남긴 기록 중 가장 경이적인 것은 1965년 11월21일부터 36년에 걸쳐 기록한 3,338게임 연속 중계기록. 팔순을 넘긴 고령으로 수 차례 목이 너무 아파 도저히 중계할 몸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 마이크를 잡는 등 불가항력의 상황(심장수술)이 올 때까지 자기가 맡은 일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한 열정은 그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이유를 알게 한다.
그가 존경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자신이 레이커스를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넘버 1 팬이면서도 중계에서는 항상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는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은 것. 이 같은 자세는 다저스의 전설적 아나운서 빈 스컬리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홈팀이라고 잘못한 것을 눈감아 주는 법 없이 직설적이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의 지적을 받은 몇몇 레이커스 코치 및 선수들 가운데는 한때 그에게 불만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홈팀을 응원하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세를 견지한 그의 자세는 모든 아나운서들이 갖춰야 할 기본임에도 불구, 요즘에는 미국에서조차 점점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헌의 본명은 프랜시스 데일 헌. ‘칙’이라는 애칭은 그가 22살 때 얻은 것이다. 그의 친구들은 ‘프랙티컬 조크’를 즐기던 헌을 거꾸로 골탕먹이기 위해 운동화 박스에 닭(치킨)을 집어넣어 그에게 주었다. 헌이 박스를 열고 혼비백산하자 당장 ‘치킨’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고 ‘치킨’이 줄어 ‘칙’이 된 것. 산타클로스로 분장하면 적격일 것 같은 마음씨 좋은 인상의 헌은 이제 전설로 떠나갔다. 삼가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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