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기후는 일년 사계절이 한국의 가을과 같은 날씨라는 것도 이젠 옛 말이 되었나 보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 때문일까. 몇 년 전 부터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는다 뿐이지 거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금년 여름도 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많은 날들을 찌고, 삶고, 굽고, 태우고, 볶고 하더니 10월초에 인디언 서머가 한바탕 확실하게 더위를 마무리 지어 주더니 간신히 샌프란시스코 본연의 날씨로 돌아왔다.
특히 오늘은 아침부터 펼쳐진 구름 사이가 파르스름하더니 한낮이 조금 기우니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드높기만 하다. 자세히 쳐다보니 맑고 높은 것이 한국의 그것과 다를 바 없으니 어인 일인가?
내 어린 시절 어느 고인이 그러셨지. 금수강산 위의 파란 하늘은 이세상 아무데서도 볼 수 없다고......그리고 가을의 그 높고 푸른 하늘은 그 당시 (요즈음도 그럴지는 모르겠다) 한국의 떳떳이 내 세울만한 자랑이었다.
내 눈이 색맹이 되었나?, 아니면 고인이 날 속였나?
雲捲天晴 이라고 했는데 가을 하늘 드높으니 이 몸과 마음 또한 새털같이 가벼워야 하건만 금년에도 가을은 왔지만 작년의 그 가을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정수리가 뻐근하고 가슴이 묵직한게 이런걸 심통(心痛)이라고하나. 만나는 사람들 마다 모두 가을, 가을, 갈, 갈 해대니 덩달아 나야말로 渴渴해져 갈증이 나고 心痛은 더 위중해 진다.
오늘 출근길에 가로수를 무심히 보니 언제까지 떨어질 것 같지 않을 듯 독야청청하던 나무들도 계절엔 어쩔 수 없는지 이미 누렇게 변해 땅에 떨어져 매년 가을이면 그랬듯이 시몬을 괴롭힐 준비가 되어있고. 어떤 나뭇잎은 푸르름이 많이 퇴색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아직도 여름의 푸르름에 미련을 가진 신작로 가로수들아. 오고 가는 자동차 바람에 마지막 단춤이나 추어라. 너희들이 10월의 붉은 색을 잃어 을씨년 스럽고 거리는 온통 색 바랜 나무 잎이 찢기어 딩굴고 짧은 햇빛은 급하게 어두움을 드리우면 그제서야 가을은 가을 다우리라.
항구는 생선 썩는 악취가 나야 항구답다./ 바다 비린내가 한쪽을 거들고/
갈매기 끼득거리면/ 부서진 쪽배는 흔들거리며/ 흥겨워 파도를 탄다./
썩는 악취 말끔히 땅에 묻고/ 비린내 조차 텅 비어/ 지나치는 바람만 흐느적 거리면/ 나 조차 버림받은 기분이 되어/ 허우적대며 바다로 기어들고 싶어진다./ 나는 나답고/ 너는 너답고/ 그대는 그대답고/ 달은 달답고 / 낙엽은 낙엽다워 / 보도를 딩굴다 어느 하수구에 빠져 썩어 들어가면 / 그제서야 낙엽 답고 나답다./ 그제서야 가을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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