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지역 한인들의 음악 열기를 담기에 케네디 센터는 부족한 듯했다.
워싱턴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WKSO)의 창단 공연이 열리던 23일 저녁 케네디센터 테라스 극장은 워싱턴 한인사에 한 획을 긋는 자리였다. 워싱턴 한인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한인만의 오케스트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오케스트라가 한인사회에 첫 선을 뵈는 자리에서 안주용 교수의 지휘봉은 거침이 없었다.
첫 곡 리차드 왜그너의 ‘마이스터싱어 폰 뉘렘버그 프렐류드’는 "화려하고 수준 높은 연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겠다"던 안주용 지휘자의 약속을 지킨 연주였다. 세계적인 차세대 피아니스트 리차드 주씨가 협연한 디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콘체르토 No.1 in C minor, OP 35’. 간단하지만 세련미 넘치는 코트 의상으로 피아노 앞에 앉은 주씨의 손가락은 건반위를 날았다. 당연히 터져나오는 앙콜에 주씨는 코믹한 곡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북한 작곡가 최성환씨의 작품 ‘아리랑’은 애절했다. 무궁화 꽃심을 닮은 연분홍 차림의 정소영씨가 오케스트라 중앙에 앉아 타는 해금 소리가 60여 연주자들의 폭포수를 뚫을 때 관객들은 간난의 역사를 딛고 세계사에 우뚝선 한민족을 상상했다.
마지막으로 연주한 안토닌 드보르작의 ‘심포니 No. 8 in G Major OP. 88’는 한시간여의 연주만에 완숙미를 터득한 여유가 돋보이는 것이었다.
앙콜을 외치는 관객들에게 ‘그리운 금강산’으로 WKSO는 화답했고 더 이상 준비된 곡이 없어 잔치는 아쉽지만 막을 내렸다.
이경신 단장은 마음고생이 심했을텐데 걱정하는 주위의 염려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한인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 자리가 가능했다"며 모든 공을 스탭과 후원자들에 돌렸다.
또 "굳이 한인 지휘자에 국한하지 않고 유명 외국인 지휘자를 초빙,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이단장은 "후원 단체 물색이 오케스트라 발전의 관건"이라며 한인사회의 물질적 협력을 당부했다.
세 번의 오디션을 거쳐 올 6월 60여명의 단원을 확정한 WKSO는 지난 9.11 테러 1주기를 맞아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첫 대외 연주를 한 바 있다.
이병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