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업상 운전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약 2년 동안 거의 3만5천 마일을 달렸다. 근 10년 가까이 티켓 한 장도 없이 모범적으로 잘 운전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새 차를 사고 난 후 부터는 불과 2년도 안된 사이에 세 번이나 가벼운 접촉 사고를 당하였다.
첫 번째 사고는 차를 새로 산지 불과 6개월만에 팔로스버디스 도서관 파킹장에서 후진하던 미국 여인 승용차에 의하여 트렁크 옆쪽을 받혀 크게 기분을 잡쳤다. 다행히도 그 미국 여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사람의 보험으로 처리하여 차를 수리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사고는 금년 3월 토렌스에서 파란 불에 직진하여 정상적으로 교차로를 건너가고 있는데 앞에서 좌회전을 기다리고 있던 차가 갑자기 튀어 나와서 나의 차를 들이받았다. 차를 길옆에 댄 후 뒤 따라 오는 차에서 나오는 상대방 운전자를 보았더니 대학생 나이 정도의 젊은 한국 여자였다. 내가 한국 사람임을 알고는 얼른 “아저씨! 미안해요! 그만 깜박 착각했어요!”라고 사과했다.
그 다음날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였더니 보험회사에서는 어제 이미 그 여자 쪽 보험회사에서 보고가 들어 왔는데 내가 잘못 했다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내가 원체 시간이 바쁜데다 아직도 앞길이 창창한 젊은 한국 여학생한테 법으로 따지는 것도 뭣하고 진이 빠져서 내 주머니에서 보험 공제액 500달러를 내고 정비 된 차를 찾아왔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2층 사무실에서 한창 바쁘게 손님들의 전화를 받으며 정신 없이 이리 찾고 저리 뛰고 있는데 웬 백인남자가 비서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나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첫 눈에 보니 마르고 큰 키에 머리는 더부룩하고 수염도 제대로 깍지 못하여 꺼칠하고 피곤하게 보이는 얼굴이 얼핏 보기에도 그리 부유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웬일이냐고 내가 묻자 그는 얼른 자기가 파킹장에서 자기 차를 몰고 나가려다 잘못해서 나의 차를 부딪쳤으니 밖으로 나가 보라는 것이었다. 속으로 툴툴거리면서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파킹장의 내 차에 가 보았더니 아닌게 아니라 차 뒷 쪽 문을 쓱 긁어서 커다란 상채기를 내놓은 것이었다.
그 옆에 비스듬히 서 있는데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터져 오르며 나도 모르게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경우에 그냥 모른 척 하고 도망 가버리는데 그래도 이 사람은 정직하게 자기 차를 세우고 일부러 2층까지 나를 찾아 올라오지 않았는가”하는 마음이 들면서 오히려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정직한 사람과 뻔뻔한 사람이 있다. 앞으로 나는 정직한 인간이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키 한/ 토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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