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한, 미국의 관계가 급기류를 타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일어난 여중생 사망사건에 이어 터진 미국의 북한 미사일 운반선 나포 사건은 남북한, 미국과의 관계를 급속히 냉각시키고 있다. 이는 한국의 대선 결과에도 커다란 변수로 작용됐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운반선 나포사건은 미국과 북한간의 관계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남한의 대북 관계에도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은 지금 미국의 강경 자세에 벼랑끝 전략을 고수하며 저항하고 있다. 여기에 한. 미 양국은 향후 대북 관계에 대해 지켜온 기존 정책을 어떻게 끌어가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한이 만일 핵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미국은 그동안 유지해온 식량이나 약품, 중유공급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양국간의 관계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미국이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고 대응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의 김정일이 ‘해볼 테면 해봐라’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덤벼들고 있고 미국 부시 대통령은 ‘우리와 친구 하면 동맹관계요, 아니면 적’이라는 강경한 자세로 나오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북한은 미국이 그동안 취해오던 원조에 대해 고맙게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94년 협정을 파기했다’며 책임전가를 미국측에 돌려 부시 대통령의 심기를 크게 건드리고 있다.
만약 미국이 최후의 수단으로 북한에 중유공급을 끊는 등 강경정책으로 나올 경우 북한은 당장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게 됨은 물론, 추운 겨울 난방조차 없이 지내야 하는 입장이다. 북한이 이처럼 벼랑 끝에 몰길 경우 김정일의 태도가 과연 어떻게 나올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이 미사일의 생산과 수출을 유예한다고 한 94년도 협정을 어겨놓곤 ‘너희들이 수출하는 것처럼 우리도 하는데 왜 남의 배를 왜 잡느냐’하며 억지를 쓰는데는 어느 누가 당할 수 있을 것인지 적이 염려스럽다.
막무가내로 나오는 북한의 이같은 태도에 이라크 전쟁도 눈앞에 둔 미국의 입장에선 그들을 강경으로 다스려야 할까, 온건하게 대해야 할까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선 구 소련, 중국, 일본,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북한을 손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무력행사도 불사한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선 결국 경제적 봉쇄로 그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손들고 나오는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갈 태세이다. 북한의 문제는 이제 미국과 한국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 규정은 했지만 우리의 입장에선 어떻게 해서든 미국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 문제를 대응해 갔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그들의 화를 불러일으켜 문제가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움직임은 지금 북한을 그대로 두고볼 기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세계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경찰국가로서 달래고 퍼주기식 정책보다는 일벌백계식으로 북한을 다스리겠다고 하는 입장이다.
이런 시기에 한국에서는 새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이제 한국의 입장에서도 미국이나 북한과의 관계에서 타협이든, 대적이든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어떤 식으로든 명확한 노선을 긋고 새로운 대북정책, 대미외교를 펼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임무와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과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앞으로 어떠한 대북정책과 대미정책을 펼쳐갈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도 중요하고 민생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한국은 동북아의 핵으로서 국방의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미국과 얽혀진 숙명적인 관계를 풀어나가게 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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