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온지 얼마 되지 않은 동생은 한국사람이라고는 한 사람도 살지 않는 시골 동네에서 식품가게를 하고 있다. 하루는 가게에 들른 미국남자가 음료수를 사면서 “안녕하세요” 하더란다. 한국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볼 수 없는 깡촌에서 한국말을 들으니까 너무도 반가워서, “아니 어떻게 한국말을 할 줄 알아요?” 하였더니 그 남자는 자기 아내가 한국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동생이 사는 곳에서 20분 정도 더 들어가는 산골에 산다 하기에 다음에 부인과 함께 나오면 꼭 들르라고 하였다 한다.
하루는 그 남자가 한국인 아내와 함께 가게에 들렸다. 돌아가는 그들을 전송하려고 주차장으로 나갔더니 차안에 아이들이 가득 차 있어 아이들이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아홉 명이라 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엄마와 함께 가게에 들어 온 꼬마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주었는데 혼자 먹지 않고 차로 와서 형제들과 돌아가면서 한번씩 핥아서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동생은 “어린 아이들이 인내할 줄 알고 절제하며 사이좋게 노는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면서 아홉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재택 교육을 시킨다는 그 한국여자가 우러러 보이더라며 언니가 꼭 한번 가서 보고와야 한다면서 그 여자 집에 전화를 걸었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따라가니 듬성듬성 서있는 농가들이 눈에 띄였다. 농사도 손으로 짓고 전기도 쓰지 않고 사는 아미시(Amish)들이 사는 동네라 하였다. 동생이 텅 빈 들 가운데 서있는 자그마한 트레일러를 가리키며 저 집에서 아홉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교육을 시키며 아이들이 손수 옷도 만들고 채소도 가꾼다는 책에서나 읽어본 이야기를 하였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저녁 무렵에 도착한 우리 일행에게 열 서너살 먹은 소년이 장작을 패다가 손을 흔들더니 집으로 달려갔다. 현관문이 열리더니 검정 원피스에 흰 스카프를 쓴, 수녀 같아 보이는 한국 여자가 해맑은 미소를 띄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제일 큰 아이가 열 다섯 살, 제일 작은아이가 6개월인 아홉 명의 아이들의 차례로 소개하였다. 엄마를 닮아 아기자기한 동양적인 얼굴들도 있고 아빠를 더 많이 닮은 이목구비가 큼직한 서양적이 얼굴들도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들도 종아리를 보이지 않으려고 긴치마를 입었고 큰딸은 허리까치 치렁치렁 땋아 내린 머리에 스카프를 쓰고 있었다.
거실 겸 식당 겸 교실로 사용되는 공간은 잘 정돈되어 있고 벽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공작품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이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집에서 가르치느냐고 묻는 질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형들이 동생들을 돌봐주니까 아이들 아홉 명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앞으로도 더 낳을 수만 있으면 더 낳겠다고 말하는 그녀가 신기하기만 하다.
두살 난 아이가 동생이 가져온 아이스크림을 보자마자 좋아 어쩔 줄 몰라 한다. 아빠가 “나중에”하고 속삭이니까 고개를 끄덕거리며 금방 조용해졌다.
아이의 이러한 반응이 너무 신기하였다. 도대체 교육을 어떻게 시켰을까. 한인 부인에게 물었더니 자신들은 아미시는 아니지만 그들의 생활방법이 좋아서 그들 가까이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며 살고 있다고 하였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개성과 재능을 개발하고 자립심을 길러 주려고 자택교육을 택하게 되었다면서 보기보다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였다.
미국 공교육이 미덥지가 않아서 이처럼 자택교육을 선택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한국 교육이 썩었다고 자녀들을 미국 공립학교로 조기유학을 보내고 있는 부모들도 있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당신은 무어라고 대답할 것인가. 자녀를 올바로 교육하고 있는지 각자가 한번쯤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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