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는 한국 TV를 보면서 신이 나있다. 현정이가 예뻐서다. 머리가 회색 빛이 되어가면서 무슨 주책이냐고 비아냥거려도 상관없다. 나는 그 배우의 이름도 모른다. 그저 극중의 이름 현정이라고만 안다. 상대역으로 나오는 남자 배우의 이름도 모른다.
극중 그의 이름은 범수다. 범수는 재벌 회장 아들이다. 외국 유학까지 한 범수, 대재벌 회장의 후계자 1호다. 이런 범수가 중소기업의 말단사원 현정이와 사랑에 빠진다. 현정이 아버지는 택시 운전기사, 동생도 그저 그런 사내다.
대재벌의 외동아들이 별 볼일 없는 택시 운전기사의 딸, 그것도 KS 마크가 아닌 그저 그런 대학교의 출신하고 눈이 맞았으니 범수의 양친의 실망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외아들의 사랑을 막을 수 없어 마지못해 허락을 했는데, 또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고, 부모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뛰쳐나가 제멋대로 결혼을 하고, 후미진 곳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으니 그 부모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그러나 조금도 기죽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선언한 현정이와 범수가 얼마나 대견하던지! 현정이는 전통적인 한국 여인상으로 보면 낙제도 한참 낙제다.
요조숙녀도 아니고 현모양처는 더더욱 아니다. 달리보면 위험하기까지 한 현정이지만 가진 자의 오만으로 대하는 시부모에게 조금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현정이와 그를 사랑하는 범수가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다.
요즘 한국 TV에 나오는 안방극장의 장면들을 보면 주제들이 너무 인위적으로 조작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드라마 작가들이 대부분 여성들이어서 더 그렇겠지만 남성우월주의를 깨는 장면을 종종 발견한다. 또한 옛 사고의 틀을 벗어나 신선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발견한다. 극을 보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긴 하겠지만 저들 안방극장 작가들이 한국사회를 바꾸어갈 것이라는 기대에 가슴 부푼다.
이런 신선한 바람이 우리 조국의 남과 북에도 불었으면 좋겠다. 거리와 운동장을 메우던 월드컵 응원인파가 효순이와 미선이를 추모하며 평등협정을 주장하는 촛불시위의 인파로 이어져 선거혁명을 이루어낸 것처럼, 한민족이 한마음으로 삼천리반도에 통일의 바람도 몰고 와 21세기 동방의 새 빛으로 나오는 기적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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