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참정권이란 무엇인가
대다수 해외동포들에게 참정권이란 생소하고 관심 밖의 대상이다. 그만큼 잊혀진 권리다.
그러나 이번 대선기간중 국외에서도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참정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세졌다. 노무현 당선자도 선거기간중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 의지를 내비췄다.
“대한민국의 국적이 있는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긴 하지만 재외국민들의 참정권 문제가 공식화된 것이다.
참정권이란 바로 해외부재자투표 부활을 의미한다. 선거일에 해외에 체류중인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 즉 한국국민들에게도 투표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유학생, 해외 근무자와 한국 국적을 가진 미국 영주권자도 포함된다. 물론 미국 시민권자는 제외다.
현재 6백만명이라는 해외동포중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한인은 2백만명으로 추산된다.
■왜 사라졌나
한때 재외국민들에게도 참정권이 있었다. 66년부터 재외국민들은 72년까지 총선, 대통령선거에서 한표를 행사했다. 파월 장병, 독일의 광부, 간호원과 미국, 유럽 등지의 동포, 유학생들에 투표권이 주어졌다.
수명은 짧았다. 72년 유신 선포 직후 대통령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게 됨에 따라 운명을 다했다. 부재자 신고의 대상을 국내 거주자로 제한함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시기적으로 박정희 정권의 절대적 지지층이었던 4만여명의 파월 한국군이 철수할 무렵 이다. 동포들의 반정부운동의 싹도 트기 시작할 때이었다. 그래서 다분히 정치적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선거법을 개정할 당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조처는 잊어버렸다. 즉 재외동포들에 아직 출마권은 살아있다는 모순이다.
■국회와 헌재로 가다
재외국민 참정권문제는 97년이 돼서야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선 정국을 앞둔 당시 신한국당 이부영 의원이 재외동포 138명과 여야의원 12명의 서명을 받아 ‘재외국민 선거권 보장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관심사로 부각됐다.
재일동포들도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대한민국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나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갖는다는 헌법의 취지에 위배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회에서도 헌법재판소에서도 기각됐다. 반대의 명분은 ▲재외동포들은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는다는 점 ▲선거관리상의 문제와 국가 재정의 부담 ▲선거의 공정성 확보 문제 ▲동포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불거졌지만 국내의 엘리트층 미 영주권자들에 대한 국민일반의 부정적 시각도 깔려있다.
■동포사회 시각
“외국에 살아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당연한 권리 아닙니까?"
이번 대선을 계기로 그동안의 무관심을 떨치고 미주한인들이 잃어버린 참정권을 되찾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강남중 북버지니아 한인회장은“대한민국 국민에 참정권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며“단지 외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논리"라고 강조한다.
물론 불필요론자들도 있다. 이들은 이민 와서까지 진절머리나는 한국 선거에 끼어들어야 하느냐고 주장한다. 다분히 한국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적 시각이 깔려있다. 또 선거 때마다 동포사회가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포기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들 부활론자들은 참정권 반대 논리에 대해서도 나름의 이유를 들어 반박한다. 납세와 병역의 의무 불이행에 대해서는 참정권이 의무를 하는 국민에게만 주어지는 조건부 권리가 아니라 천부의 인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 한인단체장은“현행법상 적령기의 영주권자도 병역의 의무를 지며 한국은 주요 국가들과 이중과세 금지협정이 체결돼 한국에 납세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정 부담등의 우려에 대해서도 운영의 묘만 살리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60년대에서 실시한 선거를 지금 못한다는 건 핑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유학생 출신의 한 변호사는“OECD에 가입한 30개국 중에서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당연히 되찾아야할 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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