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번다는 식당이 서비스는 시장통보다 더합디다. 마켓이요? 화장실을 보니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던데요”
한국서 온 한 한인이 LA에 와 두번 놀랐다며 털어놓은 경험담이다. 타운서 잘 알려진 한 순두부 식당을 찾았다가 비위가 상해 밥도 다 못 먹고 나왔다는 그는 “여기 사람들은 맘도 좋지, 그런 거 보고도 줄을 늘어서 장사만 잘되니 말이요”라며 의아해했다.
특별히 비위가 약한 것도 아니요 임산부도 아닌 그가 기겁한 것은 비위생적이고 시끄러우며 손님의 쾌적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서비스 때문이었다. 어렵사리 자리가 나 음식을 시키고 겨우 첫 숟갈을 뜨려는데 다 먹은 그릇을 수거하는 통이 팔꿈치에 스치듯 지나가더란다. 남은 음식 찌꺼기가 뻔히 보이는 그 통을 보자 지저분한 느낌이 왈칵 드는 데다, 얼마나 달그락 쿵쿵거리는지 빨리 먹으라고 보채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식당 중앙의 싱크대. 종업원이 수거한 식기와 물 잔을 재빠른 손놀림으로 닦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행주는 때가 타 거무죽죽한데 바꿀 생각도 않고 수십 개씩 문지르더란다. 그는 입맛이 뚝 떨어져 쫓기듯 나오면서 “나처럼 한인타운 대표업소라고 얘기 듣고 찾아온 타인종들에게 얼마나 이미지를 구길 것인가” 싶어 민망했다고 한다.
대형 마켓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매장 입구부터 입주 업소들이 들어찬 데다 물건을 여기저기 쟁여 놔 동선을 방해받기 일쑤고, 화장실은 지저분하고 음침한 게 구멍가게보다 못했다는 그는 “그런데도 업주고 손님이고 불감증인 것 같단 말입니다. 수년간 그렇게 지내다보니 길들여진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건 비단 방문객의 시선만은 아니다. LA서 20년 가까이 살아온 다른 한인은 한 생활용품업소의 ‘한결 같음’이 연구대상 감이라고 지적한다.
“보물찾기하듯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죠. 좁은 매장에서 복작대고, 그득 쌓인 물건들에 치이다 보면 우리가 아직도 이런 대우밖에 못 받나 싶어 부아가 치밉니다”
영세한 것도 아니고 ‘장사 좀 된다는’ 업소들에 대한 이들의 성토를 종합하자면 이쯤 될 것 같다.
“돈 벌어 어디 씁니까. 손님들이 이만큼 벌게 해줬으면, 손님들 대우 수준 높이는 데 좀 풉시다. 아니면 뻥치지 말고 이류 업소를 자처하든지.”
김 수 현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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