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저지르는 범죄중 가장 나쁜 것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살인하지 말라는 것이 고대의 율법이나 법전의 가장 첫머리에 나오는 지상명령이다. 살인은 도덕이나 법이 가장 죄악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살인 중에서도 집단적으로 무차별 대량 살해를 하는 전쟁이야말로 가장 큰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쟁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잔인하게 앗아
갈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기근, 질병은 인간을 인간 이하로 만든다. 그러므로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오늘까지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국가란 조직단위가 생긴 이후 전쟁은 집단이기를 실현하는 최고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남의 땅을 정복하고 남의 재산을 빼앗고 남을 희생시켜 더 잘 살려고 사람들을 죽이는 전쟁을 계속해 왔다. 개인들이 이런 싸움을 한다면 공권력의 재제조치로 억제할 수 있으나 주권을 가진 국가간의 전쟁은 제재수단이 없다. 전쟁에 반대한 다른 나라들이 힘을 합쳐 제재하려 한다면 그 제재 자체가 또 다른 전쟁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전쟁을 반대하는 반전사상이 생겨나 반전운동이 벌어졌다. 본격적인 반전운동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에 활발했다. 이 때는 사회주의나 자유주의 사상이 팽배했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자각에 눈을 떴고 가진 나라가 더 살려고 약한 나라를 무자비하게 침략한 제국주의 시대였다. 이런 모순된 환경에서 반전운동은 활기를 띠게 되었다.
그러나 반전운동이 반드시 평화를 위해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전쟁을 하는 상대국의 국민들에게 반전사상을 퍼뜨리고 전쟁을 싫어하는 염전사상을 유포하여 사기를 떨어뜨리고 단결을 와해시키는 방법을 썼다. 말하자면 반전운동은 요즘 말로 심리전의 한 방법으로 전쟁의 또다른 하나의 수단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세계 곳곳에서 반전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서는 그 전쟁이 어떤 전쟁인가를 먼저 평가해야 한다. 전쟁에는 남의 나라를 정복하기 위한 침략전쟁이 있는가 하면 침략국가를 격퇴하기 위한 방어전쟁이 있다.
만약 어떤 국가가 침략했을 때 전쟁이 나쁘다는 이유로 방어전쟁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멸망을 자초하고 만다. 모든 생명은 방어 본능이 있으며 자신을 죽이려는 자를 죽이는 것이 생존의 원리이다. 개인간의 정당방위처럼 국가간의 방어전쟁은 불가피하게 인정된다. 그리고 현대전에서 이 방어 개념은 위험이 닥치기 이전의 선제공격까지 포함한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보는 눈은 이같은 방어 개념이다. 9.11 테러로 직접 공격을 받은 미국은 이라크를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테러리스트들에게 넘겨주는 나라로 본다. 그래서 전쟁은 불가피하며 이 전쟁을 미국인 70% 이상이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입장은 다르다. 직접 테러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한 피해와 그만한 관련성으로 전쟁을 해야 한다는 명분에 동의하지 않는다. 더우기 반전무드가 강한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은 미국의 잠재적 경쟁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의 수퍼 파워화를 경계한다. 이심전심으로 미국의 전쟁을 반대하는 공감대가 반전운동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한국에서 반전운동이 벌어지는 까닭은 미국이 이라크전쟁 후 북한을 공격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사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물론 미국 내에서도 반전운동이 활발하다. 반전운동가들은 이라크에 대한 위협을 심각하게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월남전 때 반전운동은 어느 정도 명분이 있었다. 미국이 직접 공격을 받은 경우도 아닌데 미국인이 월남을 도와 피를 흘릴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현재 미국내 반전운동가들이 이라크 전쟁을 월남전과 같은 성격으로 보고 월남전식 반전운동을 한다면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미국이라는 거대한 배는 이제 이라크전쟁이라는 대양을 향해 출항했다. 다른 나라의 반전운동은 이 배의 항해를 방해하여 가라앉히기 위한 외침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반전운동을 하기에 앞서 이번 전쟁에서 반전운동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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