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있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사상자가 늘고 있으며 뉴욕 시민 중에는 전쟁 스트레스 환자가 9.11때보다 세 배나 많다고 한다.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전쟁 전과 다름없이 뮤지컬을 보고 샤핑도 하는 일상생활을 이어갈 것을 권하고 있으나 시민들의 마음은 썰렁하기 짝이 없다.
이 전쟁통에도 제7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행사가 축소되긴 했으나 예정대로 지난 23일 열렸다. 최우수 감독상은 나치 치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계 폴란드 천재 피아니스트의 삶을 그린 <피아니스트>의 로만 폴란스키가 받았고 주인공 블라디슬라프 스필만 역을 한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두어 달 전 이 <피아니스트> 영화를 보았었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적의 포탄에 죽어가는 병사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건물, 공포에 질린 사람들, 인간이 일으킨 전쟁의 참혹함에 끝까지 이 영화를 보기가 참으로 힘이 들었었다.나치 깃발이 걸린 폴란드 바르샤바 거리, 가족을 잃고 홀로 남아 폐허가 된 어느 건물에 숨은 스필만은 고통과 공포, 굶주림, 추위와 싸운다. 먹을 것이라고는 오래된 통조림뿐, 그것을 따다가 순찰 돌던 독일 장교에게 발각되고, 신분이 무어냐고 하자 그는 피아니스트였다고 말한다.
그러자 그 독일군 장교는 피아노를 쳐보라고 한다. 목숨 걸고 연주하는 피아노에서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선율, 천재 피아니스트가 혼신을 다한 연주는 동지와 적군의 경계를 일시에 무너뜨려 독일 장교를 감동에 젖게 한다. 그후 그는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공황상태에 이른 스필만에게 먹을 것을 갖다주고 외투를 벗어주며 생명을 보호해준다.
지옥 속에서 그를 건져내 준 독일군 장교 호젠헬트, 그가 종전 후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내레이션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예술을 알고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그가 종전 후 오래도록 살았었다면 그 훌륭한 인품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을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끝나고 스필만은 다시 바르샤바 국영 라디오 방송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연미복 차림으로 무대에 선 마지막 장면, 영화가 끝나고서도 한참이나 쇼팽이 귀에 쟁쟁하게 울려 남았었다. 영화 <피아니스트>를 예로 들었지만 종교, 이데올로기보다는 인간이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알라신이든,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그분들이 인간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인간의 이름으로 부끄러운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쪽에선 포탄이 터지는데 호구를 위해 배추 한 포기를 팔고자 나선 장터 여인, 전기와 수도 공급조차 끊긴 칠흑 같은 밤, 가진 것 없어 피난조차 못 가고 냄새나는 물로 허기를 달래야 하는 이라크 국민도 불쌍하다.
낯선 이국 땅에 파병되어 모래폭풍에 눈이 충혈 되고 호흡도 곤란한데 죽음에의 공포까지 겹친 한인을 포함한 미 군인 뿐 아니라 아들·딸을 전쟁터로 보낸 부모들은 전쟁 이후 단 하루도 단잠을 못 자니 이 역시 얼마나 가여운 일인가.
조국의 부름이건 스스로 자원했건 젊은 혈기에 세상에 태어나서 한번쯤은 조국을 위해 몸바치고 싶을 것이나 그 한명 한명의 군인이 모두 어머니에게는 열 달간 품었다 배 아파 낳은, 언제까지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착하고 예쁜 내 새끼’ 일 것이다.
특히나 파병 한인군인들은 정작 본인이 생과 사의 갈림길인 전장터에 있으면서 부모에게 너무 걱정 말라고, 고마움과 그리움을 담은 효심 가득한 편지를 서툰 한국어로 보내고 있다.전쟁 뉴스를 눈물이 나서 볼 수 없다는 이들 파병한인가족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그들에게 우리가 무관심하지 않고 다같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옐로 리본 달기, 참전군인과 그 가족을 위한,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하자.하루빨리 전쟁이 끝나 참전군인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한적한 오후,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차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돌려주자. 양지에 앉아 사랑하는 이와 정담을 나누는 일상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되찾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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