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리비전에서 탱크들이 진격하는 도로변에 이라크 군인들로 보이는 널브러진 시체들이 보인다. 점령지에서는 구호식량과 물들을 서로 먼저 타려고 아우성들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갈증으로 죽어갔고 앞으로 또 죽어가야 하나?
한국전쟁, 월남전 이야기를 읽은 것 중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 총알이 비 오듯이 날아가는 전장에서 총알은 용케도 눈이 달린 것처럼 사람을 피해 간다고 했다. 느낌으로 총알이 십만발쯤 날아가야 사람에게 한번쯤 적중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사람의 목숨이 사라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란다.
수많은 전투를 치른 소대장은 아침에 작전을 나가기 전 소대원들을 유심히 살펴본다고 한다. 소대원들 중에 그 날 아침에 특별히 마음에 걸리는 사병이 있으면 그를 제일 뒷줄에 따라오게 한다고 한다. 저녁이 되어 하루종일 아무런 사고가 없어 안도의 숨을 쉬며 귀대하는 중에 어디선가 유탄이 날아와 맨 뒤에 따라오던 바로 그 사병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했다. 생사가 왔다갔다하는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소대장은 죽음의 그림자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대개 상이한 집단이기심이 서로 충돌되어 일어난다. 이기심의 뿌리는 욕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십자군 전쟁처럼 종교가 다른 이교도간에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었다.
신앙은 혼탁한 세상을 살기 좋은 곳, 맑고 밝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정화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신앙의 종착역은 어떠한가? 맹신은 마약보다도 더 위험하다. 먹음직스럽게 포장된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세뇌시키기도 한다. 만일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가 어느 종교에 미쳐 순교라는 미명아래 화약을 지고 어느 곳으로 뛰어들어 자폭한다고 상상해 보면 아마 소름이 끼칠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종교, 하나의 종교관을 갖는다면, 아니면 아무런 종교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흰옷에 묻은 얼룩이 잘 안 빠질 때 표백제를 사용하여 그 얼룩을 뺀다. 욕심으로 귀결되는 집단이기심을 담갔다 꺼내면 욕심이 빠져나가는 ‘기적의 샘’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머지 않은 장래에 이 전쟁도 끝날 것이다. 승자의 전리품보다는 잃은 자의 아픔을 돌아보자.
남편을, 자식을, 아빠를 잃고 외로움으로 살아가야 할 수많은 질곡의 시간들을 생각하여 보자. 전쟁은 힘있는 자의 목소리만을 드높여 준다. 그러나 힘있는 자와 정의가 항상 같이 가는 것은 아니다.
윤효중/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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