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민 100주년 올드타이머 시리즈
▶ 타드 조선소 정철식씨
초기 이민사회의 젖줄…한때 한인 2천여명 취업
시애틀 한인회장도 줄줄이…80년대초부터 쇠퇴
현재도 한인 60여명 일해
요즘 서북미 한인사회의 비즈니스는 세탁소, 그로서리, 테리야끼 식당, 모텔 등 소규모 자영업이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70년대 초기 이민사회에선 타드 및 락키드 조선소가 한인들의 젖줄이었다.
I-5에서 웨스트 시애틀로 향하는 육교 아래쪽 하버 아일랜드 북단에 위치한 타드 조선소는 1975~78년 사이에 불었던 군함 건조 붐을 타고 한인이 줄잡아 2천명은 취업했을 정도로 초기 한인사회와 인연이 깊은 일터였다.
이 곳에서 일하며 사업 자금을 마련해 자영업을 시작한 한인들이 많다고 당시 타드 조선소 반장이었던 정철식(63)씨가 말했다.
맨손으로 이민온데다 영어도 잘 못했던 한인들은 주정부나 시 지정 훈련소에서 한달 정도 단기 훈련을 받은 후 용접공이나 도장공으로 취업, 요즘도 높은 수준인 시간당 7~8달러의 임금을 받았다고 정씨는 말했다.
이들 한인 용접공 중엔 고학력자가 70~80%나 됐으며 여성도 다수 있었고 부부 용접공도 10여 쌍이나 됐다고 정씨는 회상했다.
그러나, 80년대 초부터 군수산업이 침체를 맞자 한인들의 조선소 취업도 시들해졌다. 70년대 초에 입사한 김영진씨는 지금까지도 이 조선소에 근무하는 최장기 근무 한인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가족 초청 이민문호가 개방되면서 시애틀에도 한인 인구가 급증되자 조선소, 타코마 유리공장, 포트 루이스 군부대, 타코마 생선 및 닭 공장, 밤 청소 등에 뛰어들어 이민 생활을 시작한 한인들이 많았다고 정씨는 말했다.
타드 조선소에 이처럼 한인 용접공 수가 급증하자 화이트 센터 델리지웨이 부근에는 한때‘한인 촌’이 형성되기도 했다고 정씨는 덧붙였다.
조선소 용접공으로 한인들이 수천 명씩 취업한데는 일찍부터 이 조선소에서 일해온 정씨를 비롯, 김영진, 조승욱, 당병석씨 등의 조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씨는 자기 집 차고에 용접기를 차려놓고 신참 이민자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고 취업 인터뷰 장소까지 데려다 주는 등 그를 통해 취업한 한인이 수백명에 이른다고 정씨 주위 사람들은 귀띔했다.
이들은 정씨가 델리지웨이에 사설 용접학원을 차려 한인들에게 용접기술을 한국어로 가르쳐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타드와 락키드 조선소의 용접공 취업 소문이 퍼지자 캘리포니아 등 타주에서도 많은 한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올라왔었다며 지금 시애틀-타코마에서 기반을 잡은 한인 중 이 조선소를 거쳐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시애틀 한인회가 유학생 중심으로 발족돼 초창기엔 유학생 출신들이 회장이 됐지만 그 후엔 조선소 출신들이 바톤을 이어 받았다.
한인 용접공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인 용접공 협회가 결성됐고 이를 기반으로 79년부터 82년까지 조성욱·정철식·강동언·엄명보 씨가 연이어 시애틀 한인회장을 역임했다.
타드 조선소 한인 취업의 대부역할을 한 정씨는 이들 용접공이야말로 초기 이민사회 결성의 원동력이었으며 서북미 한인 이민사의 큰 획을 그은 장본인들이라고 강조했다.
정씨는 68년 월남에 취업, 미군과 함께 일했다. 영어에 능숙한 편이었던 그는 72년 미국 이민오자 곧바로 타드 조선소에 입사했다.
이 조선소에서 한때 부인과 함께 일하기도 했던 정씨는 78년 퇴직 후 옷가게, 무역업 등을 해오다 현재는 페더럴웨이에서 하나비 일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기자가 16일 찾아가 본 타드 조선소는 기간산업 시설에 대한 테러 위험성 때문인지 경비가 사뭇 삼엄했으며 시설 내 사진촬영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현재 타드 조선소에 6백명여명이 일하고 있으며 이들 중 10% 정도가 한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용접공의 시간당 임금이 12~13달러 정도로 높은 편이라며 이라크 전쟁에 참가했던 군함들이 수리를 위해 몰려오면 일거리가 많아져 추가 고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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