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이 메일에 오르고 있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받다 보니 ‘가정’이라는 제하의 유자효 시인의 시가 눈에 띠었다. 내용은 저음으로 말할 것/ 잔잔하게 웃을 것/ 햇빛을 가득하게/ 음악은 고풍으로/ 그리고 목숨을 걸고 그 평화를 지킬 것 이었다.
이 시 중에서 가장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가정의 평화는 생명을 걸고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문구였다.그런데도 지금 우리의 가정은 지켜지긴 커녕, 갈수록 깨져가고 있다. 부부관계든, 부모와 자녀관계 등 제대로 유지되지 않고 여기 저기서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부부사이에 이혼
율은 높아가고 부모와 자녀 사이도 대화부족으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또 대화가 있더라도 소통이 잘 안돼 부부간에, 아니면 부모와 자녀간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이야기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가정에서 누가 어떤 얘기를 하면 그 말을 그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판단기준에 맞추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을 이해하거나 존중하는 자세가 결여돼 있고, 현지 문화나 사회, 전통적 문제 때문에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기보다는 차별적인 태도와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툭하면 “여자가...” “여자는 몰라도 돼” “여자가 뭘 안다고...” 하는 식으로 부부간의 대화가 이루어지는가 하면, 부모와 자녀관계도 부모가 자녀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지않아 마음에 상처를 받는 자녀들도 많이 있다. 덮어놓고 “아이들이 뭘 안다고” “애들은 잠자코 가만히 있어” “조그만 것이...”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막고 이해와 존중보다는 무조건 어린 아이 취급하는 쪽으로 대하는 부모들이 많다.
과연 이런 태도로 부부관계, 부모와 자녀관계가, 즉 가정이 목숨처럼 안전하게 부지될 수 있을까. 가정문제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코리안 크리스찬 상담센터의 김금옥(정신과 전문의) 목사에 따르면 현재 한인가정은 언제 어떻게 깨질지 모를 만큼 상당히 심각하다고 한다. 다일공동체를 만들어 성장기 잘못된 문제아나 불우 아동을 10년이나 돌보아오고 있는 한국의 최
일도 목사는 자신의 가정이야기를 통해 가족이 어떻게 서로의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 목사는 자신이 이웃을 돌보며 살아오면서 겪은 가족간의 어려움을 극복한 것을 다룬 {참으로 소중하기에 조금씩 놓아주기}란 책에서 ‘용서 그리고 사랑하기에 놓아주기’를 함으로써 가족간에 사랑과 믿음, 이해를 도모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그는 평범하지 않은 삶 속에서도 부인과 슬하의 1남2녀와 함께 살면서 겪은 고충과 어려움을 극복한 비결을 이렇게 적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의 삶은 우리 가족들과 함께 살아왔을 뿐”이라고... 최 목사는 자기 혈육도 싫어하는 수많은 불우이웃을 돌보는 목자로서 또 한 가정의 아버지로, 남편으로서 가족을 돌보는 중에 남모르는 갈등과 마찰이 많았었다.
그러나 그는 피를 나눈 사람만이 가족이 아니라 가족이 되었기에 한 핏줄이 된다는 진하고 깊은 사랑으로 불우한 이웃에 공동체의 뿌리를 내리면서 자신의 가정도 성공적으로 꾸려 화제가 되고 있다. 최 목사는 그의 헌신적 봉사에 속상해 하는 부인이나 교회출석도 거부한 채 가정을 떠나버린 아이들을 보면서 남모르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의 의견을 소중히 생각하고 붙잡기보다는 오히려 가족에 대한 믿음을 가지면서 조금씩 놓아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가족이란 이유로 엉겨붙기보다는 사랑하기 때문에 날개를 펴도록 그들의 의사대로 자유롭게 해준 것이다.
가족에 대한 믿음과 이해, 용서하는 마음으로 결국 최 목사의 가정은 떠났던 가족들이 돌아와 화목한 가정을 되찾게 된다. 가정이란 이처럼 기쁨과 웃음만이 있는 곳이 아니다. 서로가 아파하고 미워하다가도 화해하고 용서하고 마침내는 상처까지 끌어안는 것이 진짜 가족이요, 원만한 가정이다. 가정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희망의 원천이다. 가정의 달인 5월 우리는 최 목사가 쓴 저서의 제목처럼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서로를 존중하며 자유롭게 풀어주는 그런 폭넓은 대화와 이해, 관용, 그리고 사랑과 믿음을 목숨걸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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