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튼튼한 후배들이 한국에서 와서 국위를 선양하고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더 없이 마음이 든든합니다."
지난 5일 플러싱 서울플라자에서 열린 한국 국가대표 태권도 시범단의 환영 행사에서 축사를 한 강서종(75)옹은 태권도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최고 원로다. 고령과 당뇨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공식행사에 참석을 못했는데 이 날 한국 국가대표 시범단이 왔다는 소식에 둘째 아들인 강호선 사범을 데리고 행사장을 찾아온 것.
이날 함께 자리를 한 후배 원로들과 태권도 기술과 규칙 등을 놓고 논쟁을 벌일 정도로 누구 못지 않은 열정을 보인 강서종 옹은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가 여러 사범들의 개척 정신에 힘입어 세계에 널리 보급됐다"며 "박연환 대뉴욕지구협회장을 중심으로 선후배들이 뭉쳐서 태권도의 보급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서종 옹이 태권도를 시작한 때는 일제 치하인 1943년부터. 중동고 재학 시절 유도부에 가입했다가 한국인 사범을 만났는데 총독부가 태권도를 금지시킨 시절이어서 유도 수련이 끝난 뒤 몰래 도장 뒤에서 배운 것. 해방 후 서울 안국동에 최초의 태권도장인 ‘청도관’이 개관돼 45년부터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해 한국전쟁 전까지 2단으로 승단했다.
전쟁 기간 중 학도병으로 참전한 강서종 옹은 휴전이 되자 인천 답동에 ‘국무관’을 개관하면서 본격적인 제자 양성을 시작했다. 국무관은 강 옹이 69년 뉴욕으로 이민 온 후에도 동인천 역전으로 옮겨져 계속 운영됐지만 5년전 사범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폐관됐다.
뉴욕에 온 강 옹은 브루클린에 3,000스퀘어피트 규모의 ‘국무관’을 개관하고 이후 20여년 동안 피부색이 다른 제자 양성에 주력했다. 93년 도장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은퇴했는데 당시 강 옹의 사범이었던 고 이원국 옹으로부터 10단을 수여 받았다. 아들 3형제가 모두 8단으로 한때 각각 도장을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MIT 기계과를 나온 맏아들 정선(45)씨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둘째 호선(44)씨는 브루클린, 셋째 태선(41)씨는 맨하탄과 브루클린에 3개의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강서종 옹은 "약 40여년간 태권도를 가르쳐왔는데 제자가 5~6만명으로 추산될 뿐 정확하게 얼마인지 알 수는 없다"며 "건강이 좋지 않아 오래 앉아 있기 힘들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태권도인의 행사에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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