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은 한국에서 성년의 날이었다. 이 날 TV와 신문에는 전통 성년례 장면들이 여럿 소개되었다.
80년대나 그 이전에 미국에 온 사람들에게는 낯선 장면이지만 9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성년의 날이 꽤 활발하게 기념되고 있다.
대개는 친구들끼리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꽃다발을 주고받으며 어른이 된 기념을 하는데 근년 들어서는 전통 관례나 계례 행사에도 참여가 늘고 있다고 한다. 관례란 남자에게 상투를 틀고 갓을 씌움으로써 어른이 되었음을 알리는 의식. 계례는 여자에게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는 의식으로 더 이상 철없는 아이가 아니라 사회의 정식 구성원이 되었다는 공식 선언이다.
한국에서는 1973년 처음 성년의 날이 제정되면서 4월20일을 기념일로 삼았다가 1985년부터 5월 셋째 월요일로 바꾸었다. “만 20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부여하는 날”이라는 것이 성년의 날에 대한 공식 설명이다. 하지만 이 나이부터 정말 어른이라고 할수 있는 가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많다.
어른이란 한마디로 철 든 사람.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 인격체로서 살아갈 능력과 의지를 갖춘 사람을 말하는 데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의존적이고 철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예를 들어 과거 전통 관례의 연령은 보통 15세 이상 20세 미만이었지만 고려나 조선시대에 그 나이면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벼슬길에 나갈 만큼 충분히 어른이었다.
법정 성년 나이가 되어도 진짜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는 지적은 미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개 18세 생일을 기준으로 어른 대접을 하지만 50년 전의 18살과 지금의 18살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50년대의 18살이면 결혼을 하는 나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것이 20살 갓 넘으면 끝났으니 명실 공히 성인이었다. 한편 요즘 18살은 대학에 갓 입학한 나이.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거쳐야 할 과정이 줄줄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몇 살이 되어야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카고 대학의 전국 오피니언 연구센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26살은 되어야 어른”이다. 조사 대상자들은 어른의 조건으로 최소한 학교를 마치고, 풀타임 직장을 갖고, 가정을 이루는 것을 꼽았는데 그 나이가 26살이라는 것이다.
결혼해서 자식 길러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결혼했다고 다 어른이 된다면 세상이 이렇게 소란스러울까. 존재자체로 권위가 서는 진짜 어른들이 좀 많이 나와야 하겠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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