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올림픽과 유니온의 노인아파트 ‘라스 토레스’에서는 1980년 아파트 건립 후 처음으로 한인 노인들을 위한 연말 잔치가 열렸다.
115유닛중 한인 노인이 90%이상인 이 아파트는 80세에 이르는 평균 연령 때문에 인근 양로보건센터에도 출입하지 않는 노인들이 부지기수. 이들을 위한 ‘조촐한’ 잔치가 소셜서비스 코디네이터 최병태씨의 아이디어와 매니지먼트사의 협조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1시간 넘게 수준 높은 음악과 노래로 노인들을 흥겹게 해준 황규원(43), 김숙영(37)씨 부부. 황씨의 색소폰 연주와 부인 김씨의 주현미 뺨치는 노래실력이 어울려 한인 노인들의 어깨는 어느새 들썩이고 있었다.
황씨 부부가 앰프 설비까지 준비해 노인아파트를 찾게 된 것은 연말을 맞아 반짝하는 행사 도우미로서가 아니다. 적적한 노인들을 찾아 그들이 가진 음악이란 재능으로 삶의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8일 어버이날을 맞아 선배 김상호씨와 함께 양로보건센터에서 공연한 이후 아쉬워하는 노인들을 뿌리칠 수 없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이 하나 둘 늘어났고, 이젠 1주일에 6곳을 돌며 한인 노인들에겐 가장 인기 있는 ‘한인타운의 부부 악사’가 됐다.
신문에 날만큼 훌륭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라며 손사래를 치는 황씨는 선배 김상호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돼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황씨는 한국에서 그룹 ‘위대한 탄생’, ‘김태화 밴드’ 등에서 활동한 실력 있는 뮤지션으로 중미로 이민을 갔다가 미국에 2년 전 들어왔다. 부인 김씨도 한국에서 음반을 냈던 빼어난 노래 실력을 가졌다.
아직 가족의 생활도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지만, 황씨는 한인 업소에서 야간 반주를 끝내고 새벽 4시가 다 돼 들어가도 아침 9시면 노인들을 위해 눈을 뜨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이날 노인 잔치에는 이 아파트에선 ‘소수’인 히스패닉 노인들도 함께 나와 즐겼으며, 미국 관리회사의 대표까지 나와 한국식 경로 잔치를 감명 깊게 지켜봤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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