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사 서고가 완공되었습니다. 제 서재와 홍성사 사무실이 붙어 있는지라 지난 6개월 동안 서고 건축을 곁에서 지켜보며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저는 1985년 신학교 진학과 더불어 홍성사의 업무와 결별했습니다. 현재 홍성사의 발행인으로 되어 있지만 단지 명목상일 뿐 업무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데 홍성사의 서고 건축과 관련하여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만약 내가 여전히 홍성사의 대표라면, 사옥을 건축할 경우 제일 먼저 서고부터 지을 생각을 했을까?
홍성사 전체를 위한 건물을 지을 재정 형편이 아니라면, 저는 편집부와 미술부를 위한 공간을 먼저 건축했을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그 두 부서는 창조를 위한 부서입니다. 창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기에, 출판사의 수준과 질이 편집부와 미술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저는 그 두 부서를 위한 건물을 우선적으로 짓는 이외의 방안이란 고려조차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홍성사 가족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홍성사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는 부서가 서고를 맡은 관리부입니다. 서고로 사용하던 차고가 협소하여 여러 곳에 책을 분산 보관하다 보니 매일 업무가 중노동이었습니다. 따라서 관리부 식구들이 보다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책을 한 공간에 보관할 서고를 먼저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창조적인 부서의 공간 신축이 우선해야 한다는 제 생각이 출판사의 논리에 입각한 것이라면, 가장 힘든 일을 하는 관리부를 위해 먼저 서고를 지어야 한다는 것은 복음의 논리였습니다. 이런 면에서 홍성사 가족들의 믿음이 저보다 훨씬 성숙하고, 저는 그런 분들과 함께 사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완공된 서고는 총 건평이 60평밖에 되지 않는 초미니 4층 건물입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와 샤워장까지 완비되어 관리부 식구들이 보다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어진 서고를 홍성가족들은 ‘쿠미오리’라 이름 지었습니다. ‘쿠미오리’는 히브리어로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는 이사야 60장 1절 말씀입니다. 자신보다 타인의 어려움을 더 헤아리는 홍성가족들의 마음은 빛이 되어, 그들이 만드는 책을 통해 지구 반대편까지 따뜻하게 비추어 줄 것입니다.
2004년 3월 ‘쿰회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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